마트에서 대파 한 단 사 오면 늘 절반은 남아서 무르고 버리거나, 아니면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텃밭에 대파를 직접 심어 키우기 시작한 뒤로는 대파를 냉동실에 넣거나 버리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도 텃밭에 나가 필요한 만큼 바로바로 뽑아서 싱싱한 생대파를 찌개나 양념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사람들이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채소나 먹거리들은 밭에서 키우기 까다롭고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엔 대파 농사가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 손으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별다른 큰 관리 없이도 알아서 척척 잘 자라주고, 우리 집 밥상을 일 년 내내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 바로 이 대파였다.1..
텃밭 가꾸다 보면 꽃을 자연스럽게 가꾸게 되는 것 같다. 꽃은 힘든 텃밭일을 하고 쉴 때 눈의 즐거움과 차 한잔 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 한데 글라디올라스 구근을 50개나 또 사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봄만 되면 텃밭에 모종 심으랴, 꽃 심으랴 손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작년에 받아뒀던 꽃씨랑 구근들을 꽃밭에 하나씩 심으려고 신나게 밭을 일구는데, 가을에 캐서 보관해 뒀던 글라디올라스 구근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구근 한 개에 못해도 1,000원에서 3,000원은 주어야 하는데, 그걸 50개나 통째로 잃어버렸으니 돈을 들여 다시 살 수밖에 없었다. 어디다 뒀는지 도무지 잊어버려서 집 안이며 창고며 구석구석 다 뒤졌지만 결국 못 찾고 손을 떨며 구근을 전부 다시 주문했다. 그때 ..
텃밭에서 뱀을 진짜로 마주쳤다.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나왔는데, 며칠 뒤에는 밭 주위에서 고양이가 뱀을 잡고 있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그날 이후로 텃밭 잡초를 바라보는 나의 눈빛과 마음가짐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좀 힘들어도 내 손으로 다 뽑아야지' 싶었지만, 뱀을 본 순간 이건 단순한 풀과의 싸움이 아니라 안전 문제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1. 텃밭 잡초,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전쟁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고 있다. 주말 농장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말에 밭에 도착해서 내가 진짜 키우고 싶어 한 작물에 신경 쓰고 물 주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작 대부분의 시간과 체력은 끝없이 올라오는 잡초를 손으로 뽑는 데 전부 쏟아붓게 된다.특히 5월..
1. 호박 모종 심는 시기, 4월 10일의 실패4월 10일경, 날씨가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텃밭에 호박 모종 5개를 얼른 심었다. 그런데 그 조급함이 화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고, 다음 날 밭에 나가보니 모종 5개 중 무려 4개가 냉해를 입어 맥없이 시들어 얼어 죽어 있었다.봄철에 호박을 심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 냉해를 입지 않을 만큼 날씨가 완전히 따뜻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4월 중순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모종을 땅에 내다 심고 싶다면, 비닐을 씌우거나 투명 페트병을 잘라 덮어주는 식으로 찬 공기와 밤바람을 철저히 막아주는 보온 조치를 해줬어야 했다. 그런 기본적인 대비도 없이 그냥 맨땅에 심어두었으니 찬바람을 그대로 맞..
1. 텃밭 고추농사, 벌 쫓고 농약 친 날벌을 쫓고 농약을 쳤는데, 벌은 농약인 줄 모르고 다시 날아왔다.텃밭에서 고추며 여러 작물을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농약을 한두 번은 쳐야 할 때가 있다. 하루는 고추 꽃에 벌이 날아와서 한창 꽃가루 수정을 하고 있길래, 혹시나 내가 치는 약에 맞을까 싶어서 손으로 벌을 저리 가라고 쫓아냈다. 그리고 얼른 약을 쳤는데, 이 벌 녀석이 그게 농약인 줄도 모르고 잠시 뒤에 또 날아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꽃 사이를 다니며 수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참 이상하고 미안해져서 농약 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저 미물이 자기가 먹고살려고, 또 열매 맺어주려고 해 뜸과 동시에 일하는 건데 사람이 편하자고 약을 뿌리는 게 맞나 싶었다. 그리..
올해 감자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3 고랑에 거름 1포 대면 충분한데, 욕심을 부려 3포대를 집어넣었더니 순이 나올 생각도 안 하고 땅속에서 씨감자가 다 썩어버렸다. 작년에는 감자를 제법 쏠쏠하게 수확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도 기대가 컸는데,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감자 농사 실패, 거름 3포대의 결과올해는 3월 중순에 감자를 심었다. 날씨가 예년보다 일찍 따뜻해지기도 했고, 작년에 수확을 제법 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감자를 더 알차고 튼실하게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 작년 경험을 생각해 보면서 작년에는 거름이 부실했던 기억이 있어서 '거름을 더 넉넉하게 주면 알이 훨씬 크고 단단해지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원래 3고랑 기준으로 퇴비 1포대만 넣으면 적당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