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텃밭일기

텃밭 농약 최소화 후기, 벌레와 조금 나눠먹기로 했다

퓨처웨이브 2026. 8. 10. 05:40

목차


    반응형

    1. 텃밭 고추농사, 벌 쫓고 농약 친 날

    벌을 쫓고 농약을 쳤는데, 벌은 농약인 줄 모르고 다시 날아왔다.
    텃밭에서 고추며 여러 작물을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농약을 한두 번은 쳐야 할 때가 있다. 하루는 고추 꽃에 벌이 날아와서 한창 꽃가루 수정을 하고 있길래, 혹시나 내가 치는 약에 맞을까 싶어서 손으로 벌을 저리 가라고 쫓아냈다. 그리고 얼른 약을 쳤는데, 이 벌 녀석이 그게 농약인 줄도 모르고 잠시 뒤에 또 날아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꽃 사이를 다니며 수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참 이상하고 미안해져서 농약 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저 미물이 자기가 먹고살려고, 또 열매 맺어주려고 해 뜸과 동시에 일하는 건데 사람이 편하자고 약을 뿌리는 게 맞나 싶었다. 그리고 벌들이 없어진다면 고추농사가 잘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그때 마음을 딱 정했다. 수확을 좀 덜 하더라도, 손해를 보더라도 농약은 최소한으로만 치거나 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 고추농사 농약 줄이면 수확 30% 손해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고추농사는 농약 안 치고는 정말 답이 안 나온다. 모추 모종을 심고 1주일이 지나면 벌써 진딧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린 고추모종의 생장점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진딧물에 금방 포위당해 고사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농사짓는 분들한테 농약 좀 줄이고 친환경으로 해보겠다고 말해봤더니, 열 사람 중에 한 사람 정도만 "그래도 몸 생각해서 그렇게 해봐,나도 안칠 수 없어서 최소화하고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다. 나머지 아홉 분은 다 손사래를 쳤다. 농사 크게 지어서 시장에 내다 파는 분들은 수확량이랑 상품성이 목숨이라 농약을 자주 안 칠 수가 없다고 하셨다.
    직접 농약 횟수를 줄여보니 왜 다들 그런 말을 했는지 바로 체감이 됐다. 고추농사는 농약을 자주 했을 때랑 안 했을 때 차이가 진짜 크다. 약을 안 치면 진딧물이랑 탄저병이 바로 번져서 수확량이 최소 30%는 줄어든다. 심할 때는 절반 이상이 망가지니까 수확량이 30% 이상은 그냥 날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먹을 것만 조금 하는 텃밭인데도 고추가 병들어 죽어가는 걸 보면 속이 타는데,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저분들이 손사래를 치시며 농약 안 할 거면 농사짓지 말라고 하셨나 보다. 그래도 나는 내 식구들 먹일 거라 수확량 감수하고 버텨보기로 했다. 봄엔 여름처럼 벌레가 많지 않아서 그래도 수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3. 친환경 농약 선택, 일반 농약과 뭐가 달랐나

    고추농사는 아예 안 치고는 해충 때문에 버틸 수가 없어서,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약을 쳐야 작물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일반 화학 농약 대신 친환경 농약을 따로 구매해서 최소한으로만 뿌려주고 있다.
    직접 써보니까 일반 농약이랑 친환경 농약은 차이가 확실하다. 일반 독한 농약은 딱 한 번만 제대로 뿌려주면 해충이 싹 박멸된다. 속은 시원한데 그만큼 독하다는 뜻이다. 반면에 친환경 농약을 뿌려보면 한 70% 정도만 방제가 되는 느낌이다. 벌레가 다 죽지 않고 일부는 남아있다.
    약효가 떨어지니까 벌레가 또 생기고, 손으로 일일이 잡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한 번에 싹 사살해 버리는 화학 약품보다는 작물에도, 토양에도 덜 자극적이라는 게 눈으로 보인다. 완전한 방제는 안 되더라도 친환경으로 최소한의 방어막만 쳐주는 셈이다.

    저농약고추
    저농약고추

    4. 벌레와 조금 나눠먹자

    내가 이렇게 수확량이 줄어들고 일거리가 늘어나는데도 친환경 농약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국 나와 내 가족이 일년 내내 먹을 음식이기 때문이다.
    화학 농약 성분이 제대로 안 씻기고 우리 몸에 그대로 흡수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도저히 농약을 듬뿍 칠 수가 없다. 어차피 판매 목적이 아니라 가족들 식탁에 올릴 텃밭 작물이니까, 모양 좀 못생기고 수확량 적으면 어떤가. 벌레가 좀 파먹으면 그 부분만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또한 들 고양이 들이 고추밭 그늘을 좋아한다. 농약을 하게 되면 고양이한테도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벌레한테도 한몫 내어주고, 우리 가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자는 생각으로 타협했다. '벌레와 조금 나눠먹자'라고 마음을 비우니까 농약 뿌릴 때 느끼던 미안함도 사라지고 텃밭 가꾸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친환경 농약 외에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섞어서 해충을 쫒거나 방제하는 그런 방법도 계속 시도해 볼 참이다. 왜냐하면 벌 외에도 개구리, 고양이, 잠자리등 수많은 동물들과 곤충들이 사람과 함께 자연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