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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다 보면 꽃을 자연스럽게 가꾸게 되는 것 같다. 꽃은 힘든 텃밭일을 하고 쉴 때 눈의 즐거움과 차 한잔 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 한데 글라디올라스 구근을 50개나 또 사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봄만 되면 텃밭에 모종 심으랴, 꽃 심으랴 손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작년에 받아뒀던 꽃씨랑 구근들을 꽃밭에 하나씩 심으려고 신나게 밭을 일구는데, 가을에 캐서 보관해 뒀던 글라디올라스 구근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구근 한 개에 못해도 1,000원에서 3,000원은 주어야 하는데, 그걸 50개나 통째로 잃어버렸으니 돈을 들여 다시 살 수밖에 없었다. 어디다 뒀는지 도무지 잊어버려서 집 안이며 창고며 구석구석 다 뒤졌지만 결국 못 찾고 손을 떨며 구근을 전부 다시 주문했다. 그때 속상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1. 구근 보관, 어디 뒀는지 잊어버렸다
사실 텃밭에 뿌리는 꽃 씨앗들은 큰 걱정이 없다. 백일홍, 해바라기, 메리골드, 구절초 같은 것들은 늦가을에 바짝 영근 씨를 받아서 며칠 잘 말려 보관하면 된다. 씨앗은 뿌려만 주면 알아서 발아도 잘되고, 싹도 잘 터서 다음 해에 예쁜 꽃을 엄청나게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구근들이었다.
튤립이나 글라디올라스 같은 구근 식물들은 씨앗처럼 그냥 놔두면 되는 게 아니었다. 가을에 구근을 캐내야 하는데, 언제 캐서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처음에 잘 몰라서 정말 많이 헤맸다. 구근 캐는 방법이나 심는 시기 같은 걸 공부하고 터득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보관 장소'였다. 캐낸 구근을 봉지에 대충 담아 두고는 겨울 동안 잊어버린 것이다. 봄이 되어 꽃을 심으려고 보니 내가 그 구근을 도대체 어디에 숨겨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챙겨뒀는데 어디 갔지?" 하면서 창고 구석구석을 뒤지고, 베란다 선반 뒤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구근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1,500원에서 3,000원짜리 구근 50개를 인터넷으로 다시 샀다. 한꺼번에 결제창을 누르는데 어찌나 아깝고 허탈하던지, 그 뒤로는 보관 방식을 아예 뿌리부터 바꿔야겠다고 뼈저리게 다짐했다.

2. 글라디올라스 구근, 얼지 않게 창고 보관
구근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꽃들마다 구근을 다루는 때와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글라디올라스는 여름에 아주 화려하고 예쁘게 피는 꽃이다. 대신 추위에 약해서 한국의 추운 겨울 땅속에 그대로 두면 다 무르고 얼어 죽어버린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반드시 땅을 파서 구근을 캐내야 한다. 캐낸 구근은 흙을 털고 잘 말려서 겨울 동안 얼지 않게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텃밭에 심어야 예쁜 꽃을 다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캐낸 구근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구근이 썩거나 무르지 않게 잘 보관하려면 습도가 낮고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영하로 떨어지면 구근 내부가 얼어버려 봄에 싹을 틔우지 못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서늘하지만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장소'다.
나는 집 안에서 그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를 찾다가, 겨울철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창고를 보관 장소로 결정했다. 습기가 차서 구근이 썩지 않도록 바람이 잘 통하게 조치하고, 추운 한파가 와도 온도가 유지될 수 있는 최적의 명당자리를 잡았다.

3. 구근·꽃씨 한 박스, 품종별로 따로 포장
구근을 새로 사는 비싼 튜터링 비용을 치르고 난 뒤, 나의 구근 보관 시스템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구근 보관 전용 장소'를 딱 하나 지정해 두고, 모든 꽃씨와 구근을 한 곳에 몰아넣기로 했다. 여기저기 따로 두니까 잊어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한 박스 안에 다 넣어서 찾아보기 쉽게 만든 것이다.
그때 활용한 것이 바로 스티로폼 박스다. 스티로폼 박스는 보온성이 좋아서 겨울철 급격한 기온 변화나 한파로부터 구근이 어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그 박스 안에 구근을 그냥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품종별로 하나하나 따로 구분해서 포장했다. 튤립, 글라디올라스, 달리아, 칸나 등 종류별로 각각 봉투나 망에 따로 담고, 겉면에 꽃 이름을 크게 적어두었다. 구근 옆에는 가을에 받아둔 백일홍, 해바라기, 메리골드 씨앗 봉지들도 차곡차곡 같이 담았다.
이렇게 품종별로 포장해서 스티로폼 박스 하나에 딱 모아두고 창고 지정석에 넣어두니, 다음 해 봄이 왔을 때 박스 하나만 쏙 꺼내면 끝이었다. 어떤 구근이 어디 있는지 일일이 뒤질 필요도 없고, 잊어버려서 돈을 날릴 일도 완전히 사라졌다.
구근 보관으로 한 번 크게 데고 나서 이렇게 스티로폼 박스 보관법으로 바꾼 뒤로는 단 하나의 구근도 잃어버리지 않고 매년 봄마다 텃밭에 무사히 심고 있다. 올해도 창고 스티로폼 박스에서 잘 자고 있던 글라디올라스를 꺼내 텃밭에 심었더니, 여름이 되자 어김없이 튼튼하고 곧게 줄기가 올라와 알록달록한 꽃을 밭 가득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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