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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호박 모종 냉해 실패 경험, 5월 1일에 다시 심어서 살았다

퓨처웨이브 2026. 8. 10. 09:0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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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박 모종 심는 시기, 4월 10일의 실패

    4월 10일경, 날씨가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텃밭에 호박 모종 5개를 얼른 심었다. 그런데 그 조급함이 화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고, 다음 날 밭에 나가보니 모종 5개 중 무려 4개가 냉해를 입어 맥없이 시들어 얼어 죽어 있었다.

    봄철에 호박을 심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 냉해를 입지 않을 만큼 날씨가 완전히 따뜻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4월 중순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모종을 땅에 내다 심고 싶다면, 비닐을 씌우거나 투명 페트병을 잘라 덮어주는 식으로 찬 공기와 밤바람을 철저히 막아주는 보온 조치를 해줬어야 했다. 그런 기본적인 대비도 없이 그냥 맨땅에 심어두었으니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얼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5개 중 딱 1개만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고 나머지 4개는 까맣게 마르고 비틀어져서 쓸 수 없게 되었다. 속상한 마음을 쓸어내리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늦서리가 완전히 끝나고 밤날씨가 완전히 풀린 5월 1일이 되어서야 종묘상에 가서 호박 모종을 다시 사다가 새로 심었다.

    확실히 5월로 넘어가니까 밤 기온이 따뜻하게 유지되어서 작물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5월 1일에 다시 심은 모종 5개는 단 한 개도 죽거나 병들지 않고 모두 건강하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았다. 작물을 심을 때 욕심을 부려 시기를 앞당기는 것보다 작물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온도를 맞춰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은 순간이었다.

    애호박
    애호박

    2. 5개 심으면 대가족도 충분한 이유

    4월의 냉해를 견뎌내고 5월 1일에 무사히 자리 잡은 호박 모종 5개는 계절이 여름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넝쿨을 뻗기 시작했다. 텃밭 한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자라나더니, 이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수많은 호박들을 열매 맺기 시작했다.

    사실 일반 가정집 텃밭이라면 호박 모종을 딱 5개만 심어도 우리 식구는 물론이고 일가친척이나 대가족이 다 같이 나누어 먹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양이 수확된다. 호박 한 그루에서 애호박이 정확히 몇 개나 나오는지 매일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훑어보아도 한 포기당 10개 이상은 족히 쏟아져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종 5포기를 심었으니 적어도 50개 이상의 애호박이 밭에서 계속해서 자라나는 셈이다.

    아침저녁으로 텃밭에 나갈 때마다 커다란 호박 잎사귀 아래에 주먹만 한 애호박들이 쑥쑥 자라나 있어서 매일같이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덕분에 매일 식탁에 찌개용 애호박을 올리고, 호박전을 부쳐 먹고, 주변 이웃들에게 손에 쥐여주며 부지런히 나눔을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밭에는 여전히 새로 자라나는 호박들이 차고 넘쳤다. 5포기만으로도 온 가족과 이웃의 여름 식탁이 풍성해지는 기적을 경험했다.

    내가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중에 하나가 호박잎쌈이다. 여린 잎을 따 줄기의 껍질을 벗겨낸다음 찜기에 살짝 쪄서 쌈장에 싸 먹으면 밥 한 공기가 금새 사라져 버린다. 그 맛은 엄마의 맛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쪄주시던 추억이서린 맛이다.

    호박넝쿨
    호박넝쿨

    3. 못따먹어도 손해 없는 호박, 늙은 호박이 됨

    호박 농사가 초보자나 텃밭 가꾸는 사람들에게 진짜 효자 작물인 이유는, 수확 시기를 놓치거나 제때 따먹지 못하고 밭에 방치해 두어도 전혀 손해가 없다는 점이다.

    여름철에 호박 넝쿨이 무성하게 우거지다 보면 무성한 잎사귀 뒤나 그늘진 곳에 숨어있어서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애호박들이 꼭 몇 개씩 생기기 마련이다. 일반 채소 같으면 제때 따지 않으면 짓무르거나 썩어서 버려야 하겠지만, 호박은 전혀 다르다. 제때 따먹지 못하고 놓친 애호박들은 밭에서 햇빛을 받으며 그대로 시간을 견디다가, 가을이 되면 껍질이 딱딱해지고 노랗게 익어가는 근사한 늙은 호박으로 변신한다.

    여름 내내 상큼한 애호박으로 실컷 찌개와 전을 만들어 먹고, 미처 따지 못하고 남겨둔 것들은 가을과 겨울에 구수하고 달콤한 호박죽을 끓여 먹거나 즙을 내어 건강식으로 챙겨 먹을 수 있으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4월 10일에 심었을 때는 모종들이 다 얼어죽어서 마음도 졸이고 실패했다는 생각에 속이 많이 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5월 1일에 다시 심어서 이렇게 풍부한 결실을 얻고 보니 역시 농사는 제철과 시기를 맞춰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박은 처음에 냉해만 제대로 피해서 땅에 심어주기만 하면, 그 뒤로는 특별한 농약을 치거나 복잡하고 번거로운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넝쿨을 쭉쭉 뻗어나가며 너무나도 착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준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다시 한번 배웠으니, 내년에는 절대로 조급한 마음에 4월부터 서두르지 않고 5월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건강하게 호박 모종을 심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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