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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뱀을 진짜로 마주쳤다.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나왔는데, 며칠 뒤에는 밭 주위에서 고양이가 뱀을 잡고 있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그날 이후로 텃밭 잡초를 바라보는 나의 눈빛과 마음가짐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좀 힘들어도 내 손으로 다 뽑아야지' 싶었지만, 뱀을 본 순간 이건 단순한 풀과의 싸움이 아니라 안전 문제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1. 텃밭 잡초,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전쟁
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고 있다. 주말 농장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말에 밭에 도착해서 내가 진짜 키우고 싶어 한 작물에 신경 쓰고 물 주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작 대부분의 시간과 체력은 끝없이 올라오는 잡초를 손으로 뽑는 데 전부 쏟아붓게 된다.
특히 5월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의 5개월은 그야말로 잡초와의 처절한 전쟁이다. 지난주 주말에 분명 밭 전체를 깨끗하게 싹 다 뽑아놓고 기분 좋게 상경했는데, 그다음 주에 내려가 보면 언제 뽑았냐는 듯이 무릎 높이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날이 따뜻해지고 비라도 한 번 오고 나면 잡초 자라는 속도가 작물 자라는 속도의 몇 배는 되는 것 같다. 주말마다 내려가서 허리 한 번 못 편 채 잡초만 뽑다가 해가 지면 '내가 지금 작물을 키우러 온 건지, 풀을 뽑으러 온 건지'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 고양이가 뱀 잡던 날, 제초제 쓰기로 했다
그렇게 5월 한 달 내내 미련하게 손으로 잡초를 뽑아대다가, 6월에 접어들면서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면서 텃밭 주변에 뱀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텃밭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나 작물 사이에 잡초가 사람 키만큼 무성하게 우거져 있으니, 발 밑에 뱀이 지나가거나 똬리를 틀고 있어도 풀에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실제로 밭에 들어가다가 풀숲 사이에서 스르륵 소리와 함께 뱀을 마주쳐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쳐 나온 적이 있다. 심지어 얼마 뒤에는 밭 주변에서 동네 고양이가 뱀을 잡아서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까지 봤다.
텃밭에 작물과 잡초가 우거지니까 뱀들이 숨어 지내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풀에 가려진 뱀을 발로 밟기라도 하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단순하게 텃밭을 예쁘게 가꾸고 풀을 정리하는 문제를 넘어서, 사람이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그날 고양이가 뱀을 잡던 그 섬뜩한 장면을 보고 나서, 나는 마침내 고집을 버리고 제초제를 쓰기로 결심했다.
3. 텃밭 제초제, 사람 다니는 길 위한 최소한
물론 제초제를 쓴다고 해서 밭 전체에 약을 마구 뿌릴 수는 없다. 작물 근처에 제초제가 조금이라도 닿거나 스며들면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작물까지 싹 다 말라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물이 심겨 있는 이랑과 작물 근처는 절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오직 사람이 이동하는 통로와 텃밭 진입로, 그리고 가장자리 잡초에만 제한적으로 제초제를 사용했다.
작물 사이에 자라는 잡초는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직접 뽑아주어야 한다. 하지만 작물이 여름 동안 풍성하게 자라서 무성해지면 스스로 커다란 그늘을 만들기 때문에, 작물 밑에 있는 잡초들은 빛을 못 받아서 확실히 잘 자라지 못한다. 결국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이 다니는 길목의 무성한 잡초들이었다.
주변 사람이나 안 해본 사람들은 "제초제를 뿌리면 토양도 오염되고 자연에도 해가 되지 않겠냐"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고 나 역시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접 텃밭을 일구며 뱀까지 마주쳐본 입장에서는, 사람이 안전하게 걸어 다니고 작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제초제 사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제초제를 통로 쪽에 한 번 깔끔하게 뿌려두니, 약 3개월 동안은 잡초가 다시 올라오지 않고 성장이 확실히 막혔다. 5개월 내내 주말마다 풀 뽑느라 지쳤던 일상에서 벗어났고, 무엇보다 풀숲에 뱀이 숨어있을까 봐 덜덜 떨지 않고 안전하게 텃밭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밭을 가꾸기 위해 최소한으로 제초제를 활용하는 것은, 텃밭 농사를 오래 지속하기 위한 지혜이자 현실적인 타협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사람이 다니는 길목만큼은 망설임 없이 최소한의 제초제를 뿌려 안전한 텃밭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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