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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대파 한 단 사 오면 늘 절반은 남아서 무르고 버리거나, 아니면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텃밭에 대파를 직접 심어 키우기 시작한 뒤로는 대파를 냉동실에 넣거나 버리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도 텃밭에 나가 필요한 만큼 바로바로 뽑아서 싱싱한 생대파를 찌개나 양념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채소나 먹거리들은 밭에서 키우기 까다롭고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엔 대파 농사가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 손으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별다른 큰 관리 없이도 알아서 척척 잘 자라주고, 우리 집 밥상을 일 년 내내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 바로 이 대파였다.
1. 텃밭 대파 재배, 4월 파종부터 6월 수확까지
대파는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직관적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씨앗 1,000 립이 들어있는 씨앗 봉지를 하나 구매해서 그중 딱 절반인 500 립 정도를 4월에 모종판에 씨 뿌리기(파종)했다.
4월에 씨를 뿌려 모종을 만든 뒤, 5월이 되면 쑥쑥 자란 어린 대파들을 텃밭 자리에 옮겨 심어준다(이식).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6월부터는 벌써 양념이나 국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대파가 굵어지기 시작해서 곧바로 수확해 먹을 수 있다. 4월 파종해서 5월에 심고 6월부터 수확이라니, 가성비와 회전율 면에서 이만한 작물이 없다.
키우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초보자도 실패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대파 키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아마 뭔가 거창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오해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모종을 밭에 옮겨 심은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물관리를 조금 신경 써주면 된다. 흙이 너무 바짝 마르지 않게 물만 촉촉하게 잘 주면 그다음부터는 대파가 자생력이 워낙 좋아서 알아서 쑥쑥 잘 커준다.
씨앗 500 립을 뿌려두니 밭에 놔두고 겨울까지 내내 필요할 때마다 몇 뿌리씩 쏙쏙 뽑아다 쓰면 되니까 양도 엄청나게 넉넉했다. 대파는 워낙 잘 자라고 번성해서 우리 집 식구들 먹고도 남을 정도라, 주변 이웃들이나 지인들에게 나눔 해 줬더니 다들 너무 싱싱하다며 정말 좋아했다.

2. 마트 대파 vs 텃밭 대파, 냉동 없이 겨울까지
마트에서 파는 대파와 내가 텃밭에서 직접 키운 대파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보관법'과 '신선도'다. 마트 대파는 한 단 단위로 팔다 보니 식구가 적은 집은 다 먹기도 전에 밑부분이 물러서 버리게 된다. 그걸 막으려고 대파를 사 오자마자 작게 썰어 냉동실에 소분해 두는데, 사실 냉동 대파는 국물 요리에 넣으면 신선한 생대파 특유의 시원한 향과 아삭한 식감이 살지 않아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에 텃밭 대파는 보관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다. 그냥 밭이 천연 냉장고이자 보관창고인 셈이다. 봄부터 자란 대파를 뽑아서 다 먹는 게 아니라 밭에 그대로 놔두면,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을 지나 찬 바람 부는 겨울까지도 대파가 밭에서 싱싱하게 버텨준다.
겨울에 된장찌개나 라면을 끓이다가 파가 필요하면 패딩 하나 걸쳐 입고 텃밭으로 나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파를 필요한 딱 한 두 뿌리만 뽑아오면 끝이다. 냉동실에 얼려둔 파를 녹여 쓸 필요도 없고, 남아서 버려지는 파도 단 한 조각 없다. 한겨울 눈밭 속에서 막 뽑아 올린 대파를 썰 때 퍼지는 그 진한 파향은 마트 대파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텃밭 농사꾼만의 특권이다.

3. 농약 없이 키운 대파, 벌레 있어도 잘 자란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파는 소비자들이 보기 좋게 굵고 매끈해야 해서 농가를 거치며 농약을 치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지만, 텃밭에서 직접 키우는 대파는 농약을 단 한 번도 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자란다.
물론 농약을 전혀 안 치다 보니 잎 사이사이에 작은 벌레들이 붙어있기도 한다. 마트에서 사는 대파는 겉이 하얗고 너무 깨끗해서 벌레가 전혀 안 보이지만, 텃밭 대파는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키운 거라 조그만 벌레들이 보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해충 해결법도 별거 없다. 굳이 독한 약을 칠 필요 없이, 요리하기 전에 수확해 온 대파를 씻을 때만 조금 더 신경 써서 구석구석 물로 깨끗이 씻어주면 그만이다. 잎 틈새를 꼼꼼하게 다듬고 흐르는 물에 씻어내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아주 건강하고 맛있는 유기농 대파를 먹을 수 있다. 농약 범벅이 된 미끈한 대파보다는, 씻을 때 손이 조금 더 가더라도 약 안 치고 건강하게 키운 내 대파가 훨씬 안심되고 믿음직스럽다.
대파는 모종을 심은 뒤 초반 물관리만 조금 해주면 벌레가 좀 꼬이더라도 자기 힘으로 알아서 척척 잘 자라준다. 이렇게 손도 안 가고 든든한 효자 작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올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망설임 없이 4월에 대파 씨앗 500 립을 또 밭에 뿌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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