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대파 씨앗을 모종판에 뿌리고 딱 열흘 만에 싹이 나왔다. 날이 워낙 뜨거워서 발아가 늦어지거나 망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가을에 밭에 옮겨 심을 생각으로 당근 200개, 대파 200개로 총 400개의 구에 씨앗을 나누어 넣었다. 모종판 조그마한 구멍마다 초록색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일단 첫 단계는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작년에 당근씨를 밭에 직접 뿌렸다가 너무많은 씨를 뿌려서 당근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와 뿌리가 뒤엉켜 크지못해 올해는 모종판에 씨를 1개나 2개씩만 넣었다.사실 한여름이나 다름없는 뜨거운 날씨에 씨앗을 파종하고 모종을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온이 너무 높으면 씨앗이 발아하기도 전에 땅속에서 말라버리거나, 힘..
올해 고추 300 포기를 심었는데 200 포기가 벌레한테 완전히 넘어갔다. 8월에 들어서면서 1년 중 벌레들의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됐는데, 밭에 있는 모든 벌레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내가 심어놓은 곡식과 채소를 향해 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다.콩잎은 잎맥만 남고 싹 갉아먹혔으며, 고추는 풋고추나 빨갛게 익은 고추 할 것 없이 사정없이 구멍이 뚫렸다. 300 포기 중 무려 200 포기를 벌레가 장악해 버린 모습을 보니 처음에는 참담한 심정뿐이었다.1. 텃밭 고추 300 포기, 200 포기 벌레가 장악고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추 한 포기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올해 큰 마음을 먹고 서리태, 동부, 팥 같은 콩 종류와 함께 고추 300 포기를 심었다. 7월까지는 그럭저럭..
살림 고수만 할 수 있다고 오해하지만, 절임 작업 자체는 생각보다 정말 쉽습니다. 올해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매실 20kg을 눈앞에 두고 처음엔 이걸 언제 다 하나 싶어 한숨부터 나왔지만, 막상 손을 대보니 핵심은 과육을 손질하는 노동력일 뿐 절임 과정은 너무 간단했습니다.수확한 매실 20kg 중 15kg은 매실청으로 만들고, 남은 5kg은 일일이 씨를 발라내어 절임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아직 계속 수확 중인 풋고추도 함께 절임으로 만들어 식탁에 올리기로 했습니다.매실 절임, 살림고수만 한다는 오해매실 절임은 보통 손재주가 좋거나 살림 경험이 많은 고수들만 도전하는 어려운 요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절임 작업의 원리나 레시피 자체는 전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고..
서울에 집이 있으면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닌가,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서울 외곽 아파트 한 채를 두고 지방에서 전세살이를 해보니, '집주인'이라는 타이틀은 그냥 타이틀일 뿐이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8·13 대출 규제 발표 이후, 그 아슬아슬한 균형이 완전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월세 120만 원의 착시, 실제 현금흐름은 달랐습니다주변에서 "서울에 집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습니다. 겉에서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서울 외곽 6억 원짜리 아파트에서 월세 120만 원이 들어오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순현금흐름(Net Cash Flow), 그러니까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을 계산해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순현금흐름이란 임대 수입에서 ..
닭을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진짜 몰랐다. 닭이라는 동물이 이렇게까지 겁이 많은 동물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시골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닭들이라 사람을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덤덤하게 있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우리 집에 데려오고 보니 세상에 이런 겁쟁이들이 따로 없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날개를 파닥거리며 구석으로 숨기 바빴다.1. 닭 키우기 시작, 5일장에서 48,000원올해 4월, 장날을 맞아 근처 5일장에 구경을 갔다가 닭 파는 아저씨가 있어서 병아리 구경하려고 갔는데 병아리는 없고 한 달 이상 큰 어린 닭 4마리를 사 오게 되었다. 수탉 1마리에 암탉 3마리 조합으로 데려왔는데, 마리당 12,000원씩을 달라고 하셨다. 총 4마리를 샀으니 닭 값으로만 48,000원이 들어..
더덕 어린 뿌리를 50 뿌리 한 움큼을 사 왔다. 올봄에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길가에서 더덕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이 손에 쥐여준 것은 길이가 겨우 4cm 정도 되는, 내 새끼손가락만 한 아주 어린 더덕이었다. "이거 심어두면 알아서 잘 자란다"는 말에 혹해서 덜컥 사 오긴 했는데, 막상 집으로 가져오고 나니 이걸 어디다 심어야 할지 난감했다. 우리 집 텃밭 옆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고 방치해 둔 자투리땅이 있었다. 돌멩이도 많고 거름도 별도로 준 적이 없어서 잡초나 겨우 자라던 안 쓰는 땅이었다. 과연 이런 척박한 땅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호미로 땅을 대충 파고 어린 더덕을 하나씩 심기 시작했다.1. 더덕 텃밭 재배, 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