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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더덕 텃밭 재배 후기, 만 원 50뿌리가 거의 다 살았다

퓨처웨이브 2026. 8. 13. 11:3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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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덕 어린 뿌리를 50 뿌리 한 움큼을 사 왔다. 올봄에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길가에서 더덕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이 손에 쥐여준 것은 길이가 겨우 4cm 정도 되는, 내 새끼손가락만 한 아주 어린 더덕이었다. "이거 심어두면 알아서 잘 자란다"는 말에 혹해서 덜컥 사 오긴 했는데, 막상 집으로 가져오고 나니 이걸 어디다 심어야 할지 난감했다. 우리 집 텃밭 옆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고 방치해 둔 자투리땅이  있었다. 돌멩이도 많고 거름도 별도로 준 적이 없어서 잡초나 겨우 자라던 안 쓰는 땅이었다. 과연 이런 척박한 땅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호미로 땅을 대충 파고 어린 더덕을 하나씩 심기 시작했다.

    1. 더덕 텃밭 재배, 만 원으로 시작했다

    처음 심을 때는 사실 마음속으로 '이 중에 과연 몇 개나 싹이 터서 올라올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더덕은 일년생이 아닌 다년생으로 금방 수확하는 작물이 아니라 더덕이 클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자투리땅에 키울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이 키우는 잘 정돈된 밭도 아니고, 거름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은 돌투성이 자투리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은 모종도 불과 4cm 남짓한 새끼손가락 크기의 보잘것없는 어린 더덕이었으니 기대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봄이 깊어지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인가 밭을 둘러보는데 땅을 뚫고 초록색 귀여운 싹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만 원 주고 사서 심었던 50 뿌리가 거의 다 빠짐없이 싹을 올린 것이다. 돌멩이 사이에 빽빽하게 터져 나온 초록빛 싹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한참 동안 쪼그려 앉아 구경을 했다. 거름 하나 주지 않고 돌이 천지인 나쁜 조건에서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더덕이라는 작물이 보기보다 훨씬 강인하고 생활력이 뛰어난 식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만 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시작한 소소한 도전이었는데, 싹이 돋아나는 그 순간의 기쁨은 몇 배 이상의 큰 만족감으로 돌아왔다.

    싹이 올라와 잘크고 있는 더덕
    싹이 올라와 잘 크고 있는 더덕

    2. 더덕 키우기, 산 아니어도 된다

    보통 더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직접 안 해본 사람들은 더덕이라고 하면 무조건 깊은 산속이나 그늘진 숲속에서만 키워야 하는 줄로 오해하곤 한다. 또 영양제나 약도 자주 줘야 하고 손도 엄청나게 많이 가는 까다롭고 귀한 작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상추나 고추처럼 흔히 집 앞 텃밭에서 키우는 일반 농작물이 아니다 보니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높아서 더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내 손으로 텃밭에 심어보고 겪어보니 그건 완전히 잘못된 오해였다. 산도 아니고, 영양분이 가득한 기름진 흙도 아닌 거름 없는 자투리 돌밭에서도 더덕은 자기 힘으로 여기저기 싹을 쑥쑥 잘도 올렸다. 물을 매일 챙겨주거나 매번 잡초를 뽑아주며 애지중지 관리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서 자라났다. 척박한 땅에서도 이렇게 잘 자라주는 것을 보니, 꼭 전문적인 농사가 아니더라도 집 근처 자투리 공간이나 작은 주말농장에서 부담 없이 키워보기 정말 좋은 작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미리 겁먹을 필요 없이 누구든 만 원짜리 모종 한 움큼으로 가볍게 시작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3. 심을 때부터 더덕향, 싹도 먹었다

    더덕을 심을 때부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특유의 강렬한 향이었다. 4cm짜리 작은 모종을 손에 쥐고 흙을 덮는 순간에도 손끝에서부터 알싸하고 쌉싸름한 더덕향이 아주 강하게 풍겨 나왔다.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마치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 싹이 자라났을 때는 어린 싹을 조금씩 뜯어서 식탁에 올려봤다. 살짝 씻어내어 샐러드로도 먹고, 삼겹살을 구울 때 쌈으로도 함께 싸서 먹어보았다. 더덕 싹은 얇고 질긴 줄기 형태에 잎들이 차곡차곡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연한 줄기째 잘라먹으니 상추보다는 확실히 향이 깊으면서도 약간 질긴 식감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씹을 때마다 쌉싸름하면서도 특유의 독특한 더덕향이 입안 가득 은은하게 퍼졌다. 상추나 깻잎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고소하고 신선한 향미였다. 요즘도 날씨가 좋은 날 더덕밭 근처로 살짝 걸어가기만 해도 바람을 타고 기분 좋은 더덕향이 솔솔 풍겨와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올봄에 심은 더덕 싹이 너무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앞으로 한 3년 정도만 차분하게 키우면 뿌리를 캐서 도라지나 인삼처럼 큼직하게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클 것 같다. 잡초나 가끔 정리해 주고 생각날 때 물이나 한 번씩 주면서 3년 동안 느긋하게 성장 과정을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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