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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추 300 포기를 심었는데 200 포기가 벌레한테 완전히 넘어갔다. 8월에 들어서면서 1년 중 벌레들의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됐는데, 밭에 있는 모든 벌레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내가 심어놓은 곡식과 채소를 향해 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콩잎은 잎맥만 남고 싹 갉아먹혔으며, 고추는 풋고추나 빨갛게 익은 고추 할 것 없이 사정없이 구멍이 뚫렸다. 300 포기 중 무려 200 포기를 벌레가 장악해 버린 모습을 보니 처음에는 참담한 심정뿐이었다.
1. 텃밭 고추 300 포기, 200 포기 벌레가 장악
고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추 한 포기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올해 큰 마음을 먹고 서리태, 동부, 팥 같은 콩 종류와 함께 고추 300 포기를 심었다. 7월까지는 그럭저럭 잘 자라주는가 싶더니 8월이 되자마자 콩벌레와 담배나방 같은 해충들이 밭을 점령했다.
특히 고추밭의 피해가 극심했다. 300 포기 중 약 200 포기는 완전히 벌레 손에 넘어갔다. 고추지주대를 따라 걷다 보면 멀쩡한 고추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빨갛게 예쁘게 익어가는 고추마다 어김없이 작고 까만 구멍이 뚫려 있었고, 구멍 주위는 어둡게 무르고 있었다.
초반에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약도 쳐보고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200 포기 전체에 벌레가 깊숙이 침투한 것을 확인한 뒤에는 결국 이 포기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쳐서 해결될 수준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벌레가 파고들어 가지 않은 풋고추를 찾아 따는 게 힘들었지만 더 피해를 입기 전에 수확을 해서 순치기한 들깻잎과 혼합으로 간장절임을 하기로 했다. 올해 고추농사 마무리는 깻잎, 풋고추절임으로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2. 농약 쳐도 못 잡는 이유, 고추 안에 숨어있다
농사를 안 해본 사람들은 "벌레 생겼으면 약 치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닌가?"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면 농약이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농약을 아무리 꼼꼼하게 뿌려도 고추 안에 이미 파고 들어가 있는 벌레는 절대로 잡을 수 없다. 고추 표면에 약이 묻어도, 고추 속에서 살을 파먹으며 자라는 해충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약을 쳐봐야 이미 구멍이 뚫린 고추는 속에서부터 썩어 들어갈 뿐이었다.
벌레를 완전히 방제하려면 최소 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독한 농약을 뿌려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먹고 우리 가족이 먹을 텃밭 작물인데, 약 범벅이 된 고추를 만들면서까지 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았다. 농약의 한계를 확인하고 나니 차라리 화학적 방제를 내려놓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올해 고추 수확은 붉게 잘 익은 고추를 딴 기준으로 3번(3 물)까지만 가능했고, 건조 기준으로 총 40kg을 수확했다. 벌레 피해가 없었다면 보통 20kg은 더 나와서 총 60kg 이상은 수확했어야 정상이다. 비록 예상 수확량에는 훨씬 못 미치고 앞으로는 더 이상 수확을 못 하겠지만, 독한 약을 치지 않고 얻은 40kg에 만족하기로 했다.
3. 콩잎 다 갉아먹고 살찐 벌레, 닭 단백질로 돌려줬다
고추밭 옆에 심어둔 콩밭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콩벌레들이 들이닥쳐 콩잎을 전부 갉아먹는 바람에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콩은 수확 시기가 가을이라 아직 한창 자라고 있는 중인데, 잎이 전부 사라져 버리니 과연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콩은 벌레를 잡고 나면 새잎이 다시 올라오는 특성이 있어서, 수확이 가능할지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문제는 줄기에 빽빽하게 붙어서 콩잎을 갉아먹고 있는 벌레들이었다. 이 벌레들을 어떻게 처치할까 고민하다가 굳이 약을 쓰지 않고 물리적으로 제거하기로 했다. 벌레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콩 줄기를 그대로 싹둑 잘라냈다. 그리고 그 줄기를 집에서 키우고 있는 닭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닭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줄기에 붙은 벌레들을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깔끔하게 해치웠다. 내가 열심히 심고 정성껏 키운 콩잎을 모조리 갉아먹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벌레들이었지만, 이렇게 닭들의 훌륭한 단백질 보충원이 된 것이다.
내가 심은 농작물을 해친 벌레를 닭의 사료로 재활용했으니, 어찌 보면 텃밭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이자 씁쓸하지만 확실한 복수였다. 앞으로 남은 콩들이 새잎을 무사히 피워내 가을에 결실을 맺어주길 바랄 뿐이다.


4. 해충피해 해결 방법
해충 피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한 끝에 내년에 해충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두 가지 방법을 찾아 샐 행하 기로 했다.
첫째는 수컷 나방을 유인해 포획함으로써 교미를 방지하고 성충의 밀도를 급격히 낮춰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페로몬 트랩 설치하는 방법이다. 알을 낳지 못하게 하여 성충의 개채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나비목 애벌레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친환경 토양 세균제재를 사용하여 고추 열매가 맺히는 시기에 잎에 세균제재를 뿌려 애벌레가 고추를 뚫고 들어가기 전에 방제하는 방법이다.
이 두가지 방법을 적용해서 내년에 벌레 피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효과를 검증해서 향후 텃밭농사의 풍년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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