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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대파 씨앗을 모종판에 뿌리고 딱 열흘 만에 싹이 나왔다. 날이 워낙 뜨거워서 발아가 늦어지거나 망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가을에 밭에 옮겨 심을 생각으로 당근 200개, 대파 200개로 총 400개의 구에 씨앗을 나누어 넣었다. 모종판 조그마한 구멍마다 초록색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일단 첫 단계는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작년에 당근씨를 밭에 직접 뿌렸다가 너무많은 씨를 뿌려서 당근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와 뿌리가 뒤엉켜 크지못해 올해는 모종판에 씨를 1개나 2개씩만 넣었다.
사실 한여름이나 다름없는 뜨거운 날씨에 씨앗을 파종하고 모종을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온이 너무 높으면 씨앗이 발아하기도 전에 땅속에서 말라버리거나, 힘들게 싹을 틔워도 강한 볕에 그대로 시들어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번에도 햇빛이 너무 강해서 그대로 두면 싹이 트자마자 녹아버릴 것 같아 처음부터 위치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쬐는 곳 대신 하루 종일 은은하게 빛이 드는 반그늘 장소를 찾아 모종판을 놓았다.
그리고 물주기 일정을 철저하게 지켰다. 하루에 두 번,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전과 저녁에 해가 지고 난 뒤에 모종판 전체에 물을 흠뻑 주었다. 날씨가 뜨겁다 보니 낮 동안 흙이 금방 말라버리는데, 반그늘 환경과 하루 두 번의 정성스러운 수분 공급 덕분에 400개 모종 중 단 하나도 시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다. 지금은 싹이 제법 커져서 며칠 더 키운 뒤 텃밭에 본밭으로 정식(옮겨심기)해 줄 계획이다.
한여름 모종 관리, 반그늘에 하루 두 번 물

텃밭 농사를 처음 지어보거나 모종을 처음 키워보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씨앗을 흙에 흙을 덮어두고 뿌려놓기만 하면 알아서 흙 힘으로 자라는 줄 안다. 하지만 씨앗 파종부터 모종으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은 사람 손길과 지속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 한여름이나 초가을처럼 온도가 높은 시기에는 아침저녁으로 물을 챙겨주지 않으면 발아 자체가 안 되거나, 어렵게 올라온 싹이 순식간에 말라죽는다.
특히 햇빛 관리와 수분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강한 햇볕 아래 모종판을 그대로 방치하면 상토의 겉흙뿐만 아니라 속까지 순식간에 바짝 말라버린다. 흙의 온도가 올라가면 씨앗이 삶아지듯 망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직사광선을 피해줄 수 있는 반그늘에 모종판을 배치했다.
물 주는 시간대도 매우 중요하다. 한낮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에 물을 주면 잎에 남은 물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해서 잎을 태우거나, 모종판 내부의 온도를 급격히 올려 뿌리를 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반드시 서늘한 아침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하루 두 번씩 뿌리까지 수분이 충분히 닿도록 주었다. 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킨 덕분에 400개의 모종판에서 단 한 개도 시들거나 죽지 않고 모두 건강하게 발아할 수 있었다.
씨앗 파종 실패, 물 한 번 못 줬더니 옥수수 50개 전부 죽임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물주기와 반그늘 관리에 철저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실제로 큰 실패를 겪고 나서 배운 비싼 경험담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모종판에 옥수수 씨앗 50개를 심었던 적이 있다. 그때도 씨앗을 뿌려두고 '며칠 뒤면 알아서 싹이 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며칠 동안 모종판에 물을 제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며칠 뒤 찾아가 본 모종판은 바짝 말라 있었고, 힘들게 터트렸던 옥수수 싹 50개가 전부 하얗게 말라죽어 있었다. 단 한 개도 살리지 못하고 50개 전부를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했을 때의 허탈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람이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면 그대로 죽는다는 사실을 그때 아주 뼈저리게 깨달았다.
씨앗이 발아해서 모종으로 자라는 시기는 식물의 일생 중 가장 약하고 손이 많이 가는 때다. 수분이 조금만 부족해도 세포가 파괴되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옥수수 50개를 전부 죽였던 그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당근과 대파 400개 모종을 키울 때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모종판 상태를 체크하는 것을 최우선 일과로 삼았다. 물주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반그늘에서 정성껏 돌본 결과, 이번에는 단 하나의 실패도 없이 400개 모두를 무사히 살려낼 수 있었다. 이번에 잘 자란 당근과 대파 모종은 며칠 더 단단하게 적응시킨 뒤 주말에 텃밭으로 가져가 옮겨심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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