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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진짜 몰랐다. 닭이라는 동물이 이렇게까지 겁이 많은 동물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시골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닭들이라 사람을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덤덤하게 있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우리 집에 데려오고 보니 세상에 이런 겁쟁이들이 따로 없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날개를 파닥거리며 구석으로 숨기 바빴다.
1. 닭 키우기 시작, 5일장에서 48,000원
올해 4월, 장날을 맞아 근처 5일장에 구경을 갔다가 닭 파는 아저씨가 있어서 병아리 구경하려고 갔는데 병아리는 없고 한 달 이상 큰 어린 닭 4마리를 사 오게 되었다. 수탉 1마리에 암탉 3마리 조합으로 데려왔는데, 마리당 12,000원씩을 달라고 하셨다. 총 4마리를 샀으니 닭 값으로만 48,000원이 들어간 셈이다. 처음에는 '어린 닭인데 생각보다 조금 비싸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장터 상인분 말씀이 그냥 일반 닭이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무정란과는 차원이 다른, 건강한 유정란을 낳는 좋은 종자 닭이라 값이 조금 더 나가는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내 손으로 직접 닭을 키워 건강한 유정란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분 좋게 지갑을 열고 집으로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해서 마당 한쪽에 준비해 둔 닭장에 녀석들을 넣어주었다. 상자에서 꺼내어 닭장에 풀어놓는 순간부터 녀석들의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낯선 환경에 들어온 게 너무 두려웠는지, 네 마리가 마치 하나로 뭉친 것처럼 서로 꼭 붙어서 구석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사람이 닭장 근처로 가기만 해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벌벌 떠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닭이 이렇게 겁이 많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2. 닭이 겁이 많은 거 처음 알았다
집에 데려오고 나서 4일 정도 지나니까 조금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첫날처럼 벌벌 떨거나 구석에 꽉 끼어있지는 않았고, 닭장 안을 조금씩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반가워서 다가오는 법은 절대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겨주거나 물통에 깨끗한 물을 갈아주려고 닭장 문을 열면,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멀리 떨어진 반대쪽 구석으로 후다닥 도망가서 서 있었다.
솔직히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밥 주는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를 치거나 반가운 내색을 해주는 소소한 애정표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밥을 줄 때 반가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사람이 오면 일단 경계부터 하고 도망칠 준비를 한다. 모이를 줄 때마다 멀찍이 떨어져서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내가 그렇게 무섭나' 싶어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겁이 많은 녀석들이려니 하고 조금씩 적응해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3. 첫 알, 마트 달걀의 3분의 1 크기
그렇게 두 달 남짓 정성껏 모이를 주고 키웠더니, 드디어 6월 중순부터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암탉들이 드디어 알을 낳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모이를 주러 갔다가 짚더미 위에 놓인 조그마한 알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손으로 직접 닭을 키워서 진짜 알을 얻다니 너무 기쁘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 작은 몸으로 알을 낳아준 닭들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처음 낳은 알을 집어 들고 보니 크기가 너무 작았다. 우리가 보통 마트나 시장에서 사 먹는 일반 달걀 크기의 불과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아주 앙증맞은 크기였다. 처음 알을 낳기 시작하는 어린 닭들은 이렇게 아주 작은 알부터 낳는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만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제는 두 마리가 알을 낳아서 하루에 알을 2개씩 얻고 있다. 아침마다 닭장에 가서 따끈따끈한 알을 2개씩 집어 올 때면 마치 커다란 보물이라도 얻은 것처럼 괜히 부자가 된 기분이 들곤 한다.
이 귀한 알을 그냥 바로 프라이해서 먹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형제들이 집에 모이는 날 자랑도 하고 같이 나눠먹으려고 냉장고에 고이 모아두었다. 그렇게 10개 정도를 모은 뒤, 다 같이 모였을 때 냄비에 삶아서 삶은 계란으로 까먹었다. 마트에서 파는 달걀은 크기가 튼실해서 삶았을 때 씹는 맛이 단단하다면, 우리 집 어린 닭이 낳은 달걀은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식감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더 조그마하고 귀여운 알 몇 개는 도저히 아까워서 까먹지를 못하고 한참 동안 손에 쥐고 구경하다가 다시 냉장고에 아껴두기도 했다. 비록 밥 줄 때 반갑다고 꼬리 쳐주지는 않는 겁쟁이 닭들이지만, 이렇게 아침마다 귀여운 알을 선물해 주니 48,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고 매일 아침 닭장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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