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에 1,350조 원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 그냥 '와, 크다'로만 받아들였습니다. 반도체 주식을 들고 있던 입장에서 그게 전부 호재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파고들수록 이 숫자 뒤에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투자 규모가 크다는 것과 그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번엔 진짜일까제가 반도체 업종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개념이 '슈퍼사이클'이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일반적인 업황 반등이 아니라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장기간 높은 수요가 지속되는 국면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이번 사이클의 핵심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미국 빅테크가 AI 시장을 장악했는데, 왜 전 세계 정부는 수십조 원을 따로 쏟아붓고 있을까요? 처음 이 흐름을 접했을 때 저도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건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디지털 영토 전쟁이었습니다. 국가 보조금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직접 추적해 봤습니다.보조금 전쟁 — 왜 국가가 AI에 세금을 붓는가혹시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챗GPT 쓰면 되는데, 굳이 나라마다 AI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파고들다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에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이란 한 국가가 자국민과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를 외부 세력..
반도체 칩을 더 작게 만드는 것이 곧 더 좋은 칩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믿음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습니다. 최첨단 공정으로 찍어낸 거대한 단일 칩보다, 작게 쪼개서 조립한 칩렛 구조가 더 빠르고 저렴하고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현장에서 속속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알면 알수록 이건 꽤 깊이 있는 공학적 선택이었습니다.수율 혁신 — 쪼갤수록 살아남는 칩이 많아진다반도체를 공부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개념 중 하나가 수율(Yield)입니다. 수율이란 웨이퍼 한 장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칩이 나오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00개를 찍었을 때 쓸 수 있는 게 몇 개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AI 모델 하나를 돌리는 데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됐는데, HBM만으로는 그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결론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CXL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HBM이 막힌 벽, 용량과 비용의 딜레마HBM(High Bandwidth Memory)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 데이터 통로를 극적으로 넓힌 메모리입니다. 여기서 HBM의 핵심 원리란 단순히 빠른 속도가 아니라, GPU 패키지 안에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밀착시켜 데이터 이동 거리 자체를 최소화하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AI 연산에서는 지금도 대체 불가 수준의 처리 속도를 보여줍니다.문제는 바로 그 '밀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