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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고구마 재배 실패 후기, 줄기 3m에 수확 20kg이었다

퓨처웨이브 2026. 8. 9. 18:42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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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줄기가 3m까지 자랐다. 줄기가 너무 실하니 고구마 농사가 잘됐다고 고구마 줄기로 여름 내내 반찬도 많이 해 먹었다. 그런데 막상수확은 20kg이었다. 넓은 밭에 고구마를 심으면서 내심 큼직하고 실한 고구마가 상자 가득 쏟아져 나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지만, 막상 가을에 흙을 파헤쳐 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줄기와 잎은 마치 밀림처럼 무성하게 밭 전체를 덮어버렸는데, 땅속에 든 고구마는 겨우 손가락만 한 것 몇 개와 빈약한 알맹이뿐이었다.

    고구마 웃자람, 줄기가 3m까지 자란 이유

    밭에 나가 고구마 줄기를 걷어낼 때만 해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덩굴을 잡고 당기는데 줄기가 끝도 없이 딸려 나왔다. 대충 길이를 눈으로 재어보아도 3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줄기가 이렇게 힘차고 무성하게 자랐으니 땅속에는 얼마나 거대한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열렸을까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호미로 흙을 파 들어갈수록 힘이 빠지고 가슴이 차갑게 식어가고 의문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원인은 바로 땅에 영양분이 너무 많아서 생긴 '웃자람' 현상 때문이었다. 땅에 질소 성분이나 영양분이 과도하면 고구마는 땅속 열매를 키우는 대신 땅 위의 줄기와 잎을 키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버린다. 농사를 시작할 때 나는 "거름이 많으면 작물이 잘 자라고 열매도 잘 맺히겠지"라는 아주 단순하고 무지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부러 밭에서 가장 거름이 듬뿍 들어가고 흙이 비옥해 보이는 자리를 골라 고구마를 심었다. 작물을 잘 키워보겠다는 나의 과한 욕심과 정성이 오히려 독이 되어 완벽한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50m 3고랑, 수확 20kg의 충격

    내가 고구마를 심은 규모는 약 50m 길이의 고랑 3개였다. 결코 작은 밭이 아니었고, 봄에는 모종을 심어서 뿌리를 잘 내리도록 정성껏 물을 줬고 여름 내내 풀을 매 주고 정성을 다해 관리했던 자리다. 정상이라면 50m 3고랑 정도의 면적에서는 최소 60kg 이상, 많게는 70~80kg까지도 고구마를 수확해야 정상이다. 상자로 치면 10kg짜리 박스가 6개 이상은 족히 나와야 하는 규모다.

    하지만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50m 3고랑 전체를 다 뒤집어 파헤친 끝에 얻은 고구마는 고작 20kg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수확량의 3분의 1도 안 되는 충격적인 수확량이었다. 그마저도 큼직하고 잘생긴 고구마는 거의 없었고, 구워 먹기도 애매한 잔챙이들과 기형적으로 얇은 고구마가 대부분이었다. 오랫동안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분들은 초보 농부의 무지함을 알고 계셨을 것 같다. 왜냐면 옆 밭에서 소소하게 심어 큼직한 고구마를 척척 캐내는 이웃 농군들을 보며 허탈함과 부러움에 어떻게 하면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는지 여쭤봤다. 거름이 많으면 안 된다는 말씀만 하신다. 거름을 많이 주면 무조건 잘 자란다는 나의 착각이 1년 농사의 결실을 망쳐놓은 순간이었다.

    고구마밭
    고구마밭

    고구마 밭, 거름 안 줘도 되는 이유

    이 실패를 계기로 고구마라는 작물의 특성을 완전히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화학비료는 전혀 쓰지 않았고, 순수하게 퇴비와 거름만 넉넉히 주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열매를 잘 맺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거름 속에 들어있는 질소 성분은 고구마의 뿌리를 발달시키는 게 아니라 잎과 줄기만 폭발적으로 키우는 작용을 한다.

    즉, 고구마 밭에는 거름을 줄 필요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약간 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훨씬 단단하고 알찬 고구마가 맺힌다. 다른 작물들처럼 "영양분을 듬뿍 주어야지" 하고 접근했다가는 줄기만 3m씩 자라나는 웃자람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고구마 농사의 핵심은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을 제한하여 식물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도록 만드는 데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아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거름을 전혀 주지 않고, 작년에 다른 작물을 심고 남은 거름기 없는 척박한 밭을 골라 고구마를 심었다. 현재 밭에 가보면 줄기가 미친 듯이 웃자라지 않고 적당한 길이로 바닥에 붙어 아담하고 잘 자라고 있는 상태다. 줄기가 무성하지 않으니 태양빛도 잘 받고, 땅 속에서는 작년과 달리 알찬 고구마들이 영글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고구마순이 과도하게 웃자랐을 경우 지체 없이 순 치기를 해줘야 한다. 고구마는 비우고 무심하게 키울 때 비로소 묵직한 수확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20kg의 쓴 경험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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