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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말려둔 땅콩을 꺼내 껍질을 까봤는데, 어제 수확한 것처럼 속살이 탱탱하고 싱싱해서 깜짝 놀랐다. 국산 땅콩은 수입산에 비해 3배 이상 비싸게 느껴져서 평소에는 맘 편히 사 먹지도 못했었다. 비싸서 안 사 먹고 말았던 그 국산 땅콩을 내 손으로 직접 밭에 키워 원 없이 먹어보자는 생각에 텃밭 농사를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다.
1. 텃밭 땅콩 재배, 모종 200개에서 20kg 수확
처음 땅콩 농사를 계획할 때는 밭 면적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모종 시장에서 사 온 모종 200개를 텃밭 두 고랑에 나누어 심었다. 평수가 그리 넓지 않아 과연 얼마나 맺힐까 싶었는데 작년 가을 수확철에 흙을 털어내 보니 수확량이 무려 20kg이나 나왔다. 모종 200개에서 쏟아져 나온 땅콩 포대자루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매년 5월이 되면 근처 시장에 나가 장터에서 싱싱한 땅콩 모종을 사다가 밭에 심는 것이 나의 연례행사였다. 모종값 만원으로 시작해서 온 가족이 1년 넘게 먹을 고소한 국산 땅콩을 20kg씩 거둬들이니 이보다 남는 장사가 없다. 올해도 밭에서는 땅콩들이 푸릇푸릇하게 자라고 있고 열매를 많이 맺으라고 북주기를 한번 해줬다. 9월에서 10월 사이에 땅콩의 영근 상태를 살피다가 쾌재를 부르며 수확할 예정이다. 올해는 모종시장을 갔더니 할머니께서 땅콩 모종을 팔고 계셨는데 검은 땅콩 모종 있다고 하셔서 호기심에 일반땅콩모종 100개 검은 땅콩모종 100개를 사다 심었다. 이렇게 매년 모종을 사다 심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내년부터는 모종을 따로 사지 않고 이번에 수확할 땅콩 중에서 알이 잘 영근 놈들을 골라 직접 발아시켜 텃밭에 심어볼 계획이다.

2. 고추 오이 들깨 참깨 다 해봤는데 땅콩이 제일 쉬웠음
그동안 텃밭을 가꾸면서 고추, 오이, 들깨, 참깨까지 안 해본 작물이 없었다. 그런데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초보 농꾼을 가장 힘들게 만들고 지치게 하는 주범은 바로 병충해다. 고추는 모종심었을때는 진딧물 자라는 동안에는 탄저병이나 병충해 잡느라 약 치는 게 일이고, 오이나 다른 작물들도 조금만 방심하면 진딧물과 벌레 때문에 잎이 다 망가지기 일쑤였다. 땅콩도 해충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잎이 망가지거나 땅콩열매에 해가 될정도로 해충피해가 크지 않음을 몇년간 땅콩을 키워보고 나서 농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농사 초보에게 땅콩만큼 쉽고 기특한 작물은 세상에 없다. 땅콩은 병충해가 거의 없어서 약을 칠 필요도 없고 손이 정말 적게 간다. 그저 땅속에 뿌리를 내릴 공간만 충분히 확보해 주면 알아서 줄기가 뻗고 자라 뿌리에 땅콩이 주렁주렁 달린다. 다른 작물들은 자라는 동안 최소 한 번쯤은 진딧물 방제약을 쳐야 하는데 땅콩은 진딧물도 없었다. 자라는 동안 특별히 까다로운 관리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수확할 때가 되면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게 결실을 맺어주니, 온갖 작물을 다 거쳐본 내가 감히 장담하건대 초보자에게는 땅콩 재배가 단연 으뜸이다.
3. 땅콩 보관, 겉껍질째 자연바람 건조하면 2년도 싱싱
직접 키운 땅콩을 오래도록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은 바로 보관법에 있다. 수확한 땅콩을 겉껍질째 까서 알맹이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흙을 씻어낸 후 겉껍질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자연바람으로 그늘에서 바짝 건조해 보관하는 것이다. 이렇게 겉껍질째 말려두면 몇 년이 지나도 견과류 특유의 산패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처음 수확했을 때의 신선함과 고소함을 유지한다.
나 역시 직접 재배한 땅콩을 겉껍질째 자연 건조하여 1년 동안 보관하면서 수시로 먹을때 껕껍질을 제거하고 볶아먹었는데, 마트에서 사 먹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었다. 심지어 2년 동안 보관해 둔 땅콩을 꺼내어 껍질을 까 보았을 때도, 갓 말렸을 때와 똑같이 단단하고 싱싱한 땅콩 알맹이가 그대로 들어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연에서 나온 땅콩의 걷껍질은 땅속에 있을때는 알을키우며 해충피해를 막고 수확후에는 신선함을 지켜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매년 5월이면 당연하다는 듯 시장에 달려가 땅콩 모종을 사다 심었지만, 이렇게 보관성까지 뛰어난 것을 직접 확인했으니 내년에는 수확한 땅콩 중에서 가장 단단한 놈들을 골라 직접 발아시켜 심어볼 생각이다. 굳이 매년 모종을 사지 않고 씨앗부터 수확까지 내 손으로 완결 짓는 진짜 텃밭 농사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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