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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텃밭 자연발아 후기, 먹고 버린 참외 씨가 꽃을 피웠다

퓨처웨이브 2026. 8. 11. 12:4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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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버린 씨에서 발아가 되다니 생명력이 대단하다.

    봄에 참외를 먹고 발라놓은 씨를 밭 한편에 거름이 되라고 무심코 묻어두었는데, 따뜻해지니까 거기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풀인가 싶었는데 자라는 모양새를 보니 틀림없는 참외였다. 심으려고 일부러 챙긴 것도 아니었는데, 먹고 버린 씨앗이 땅속에서 숨어 있다가 스스로 싹을 틔운 모습을 보니 자연의 생명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털컥 들었다. 공짜로 여름 먹거리를 마련해 준 것 같아 고맙고 대견한 마음으로 매일 관찰하고 있다.

    1. 텃밭 자연발아, 먹고 버린 참외 씨가 열매까지

    밭 가장자리에 거름으로 묻었던 참외 씨앗이 발아되어 20개정도 싹이 올라왔다. 너무 많아 다뽑아내고 4개 남겨뒀는데 2개가 아주 건강하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지금은 덩굴을 뻗으면서 노란 꽃까지 피우더니 참외가 튼실하게 열려 크고 있는 중이다. 시골에서는 과일 껍질이나 버리는 음식물들이 쓰레기가 아니다. 텃밭이나 꽃밭에 흙을 파고묻어두면 아주 좋은 천연비료가 되어준다

    사실 참외를 제대로 수확하려면 밭도 정성껏 일구고 순지르기도 해 가며 키워야 한다지만, 이렇게 알아서 터를 잡고 꽃을 피우는 녀석들을 보니 그저 대견할 따름이다. 꽃이 피었으니 이제 열매가 맺히는지 조금 더 두고 봤더니 열매가 열려 지금은 순 지르기도 해 주며, 별다른 관리를 안 해줬는데도 스스로 잘 자라주고 있다.

    내가 일부러 씨앗을 사고 구덩이를 파서 심은 작물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스스로 터뜨린 싹이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 버려진 씨앗 하나도 땅과 만나면 이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주는데, 올해 여름에는 이 자연발아 참외 덕분에 텃밭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해졌다.

    텃밭 한켠에 묻어놓은 참외씨가커서 꽃을 피웠다꽃이핀 참외가 열매를 맺었다
    텃밭 한켠에 묻어놓은 참외씨가커서 꽃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2. 들깨 자연발아, 봄깻잎을 공짜로 따먹다

    자연발아의 진짜 효자는 사실 들깨다. 작년에 들판 쪽 텃밭에서 들깨를 수확할 때 땅으로 떨어진 깨알들이 많았는데, 봄에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밭 전체에서 들깨 싹이 자연발아해서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들깨가 쑥쑥 올라와있다

    얼마나 많이 났는지 진짜 셀 수 없이 많이 올라왔다. 그대로 두면 밭 전체가 들깨밭이 될 판이라 자리를 너무 차지하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팍팍 뽑아버렸다. 그러고는 밭 가장자리에 알아서 터를 잡은 녀석들만 남겨두었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봄 내내 깻잎을 공짜로 실컷 따먹을 수 있었다. 

    마트에서 깻잎 한 묶음 사려면 요즘 물가도 비싼데, 씨 한 번 안 뿌리고도 야들야들하고 향 좋은 봄깻잎을 수시로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 이보다 남는 장사가 없다. 들깨는 한 번 심어두면 다음 해부터는 밭이 알아서 농사를 지어준다는 말이 뭔지 몸소 체감했다.

    봄에 올라온 들깨는 깻잎용으로는 먹을 수 있지만 들깨를 수확할수 없다. 농작물이 다 그렇듯 심는 시기와 수확하는 시기가 다 있기 때문에 계절에 맞게 심고 수확을 해야 한다. 들깨를 수확을 위해서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6월 하순에서 7월에 심어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

    3. 버들마편초와 바질, 심은 적 없는데 여기저기 피고 있음

    바질과 버들 마편초가 알아서 싹을틔워 크고있다버들마편초
    자연 발아해서 크고있는 바질과 버들마편초

    식재료뿐만 아니라 허브와 꽃들도 자연발아의 힘이 엄청나다. 바질은 여름내내 잎을 따먹다 보면 끝에 꽃이 피고 씨가 맺히는데, 그중 땅에 떨어진 씨앗들이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여름에 다시 땅을 뚫고 올라온다. 올해도 따로 씨를 안 뿌렸는데 바질이 여기저기서 5포기나 알아서 올라와 잘 자라고 있다. 텃밭에 가면 바질향이 얼마나 진한지 덕분에 올해도 생바질 향을 원 없이 맡고 있다.

    꽃밭 쪽은 더 스펙터클하다. 버들마편초는 작년에 지인이 몇 뿌리 주셔서 심어봤던 꽃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보라색 꽃을 보여줘서 참 고마웠는데, 그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퍼졌는지 올해는 밭 여기저기서 알아서 싹을 틔우고 지금도 예쁘게 피어있어 장관을 이룬다.

    채송화랑 봉숭아는 거의 '점령' 수준이다. 꽃이 피고 떨어진 씨앗들이 다음 해 봄이 되면 꽃밭 전체를 가득 채운다.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 제때 뽑아주지 않으면 봉숭아랑 채송화가 꽃밭 전체를 다 뒤덮어 버릴 정도다. 특히 채송화 씨는 바람을 탔는지 텃밭 영역까지 침범해서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바람에, 밭농사에 방해되지 않게 채송화 싹을 솎아내고 뽑아내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알아서 피고 지는 꽃과 작물들을 보면서 텃밭 농사의 진정한 즐거움을 배운다. 사람 손이 매번 가지 않아도 계절이 돌아오면 제 자리를 찾아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면 자연의 질서가 참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일부러 씨앗을 많이 사서 심기보다는, 작물들이 스스로 남긴 씨앗이 내년에 어디서 어떻게 얼굴을 내밀지 기대하며 텃밭을 가꾸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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