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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텃밭 수박 키우기 실패, 시중 절반 크기에 달지도 않았다

퓨처웨이브 2026. 8. 10. 23:5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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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박 재배, 물만 주면 될 줄 알았다

    처음 텃밭에 수박 모종을 사다 심을 때만 해도 나의 기대감은 거의 하늘을 찔렀다. 주위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지나가다 본 밭들을 떠올려보면, 그저 땅에 잘 심어 두고 처음에 뿌리내릴 때까지만 물을 촉촉하게 잘 주면 알아서 커다랗게 무럭무럭 잘 자라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햇빛 잘 받고 물만 주면 여름이 되었을 때 달콤하고 싱싱한 수박이 저절로 밭 가득 굴러다닐 거라고 아주 천진난만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비료'나 '퇴비' 같은 영양 요소는 머릿속에 단 1%도 들어있지 않았다. 밭을 일구기 전에 유기질 퇴비를 흙과 섞어주어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도 몰랐고, 한창 수박 줄기가 뻗어나갈 때 덧거름을 줘야 한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저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다가 수박 밑동에 쏟아부어 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케어의 전부였다.

    그렇게 비료나 퇴비는 단 한 번도 주지 않은 채 맹물만 열심히 주면서 '어서 달콤하고 큰 수박이 열려라' 하고 기원했으니,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대책도 없고 어이없는 도전이었다. 과일이 달아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영양분과 햇빛, 적절한 영양 관리가 필수적인데, 물만 가지고 그 비싼 수박을 공짜로 얻으려 했으니 실패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종이커서 수박이 열렸다
    모종이 커서 수박이열려있다

    2. 시중 수박 절반 크기, 달지도 않았다

    그래도 지성이 감천이었는지, 아니면 수박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였는지 시간이 지나 여름이 되면서 밭에 작고 동글동글한 수박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총 3개의 수박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 매일 밭에 달려가서 동그란 열매를 쓰다듬어보고 얼마나 커졌나 크기를 재보는 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열린 3개 중 1개가 자라는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다른 2개의 수박은 작게나마 조금씩 알이 굵어지는데, 그 1개는 크는 속도가 확연히 느리고 크기도 쪼그라든 것처럼 작았다. "조금 지나면 따라잡겠지" 하며 방치해 두었더니, 어느 날 보니 밑부분이 온통 까맣게 변해서 힘없이 썩어가고 있었다. 영양이 턱없이 부족했거나 병충해를 입었던 모양인데, 제대로 대응도 해주지 못하고 썩어버린 수박 한 개를 밭에서 떼어내 쓰레기통에 버릴 때 마음이 참 씁쓸했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남은 수박 2개만 수확하게 되었다. 수확할 때가 되어 손으로 수박을 잡아 들었는데, 손 끝에서 전해져 오는 무게감부터가 마트 수박과는 차원이 달랐다. 손바닥보다는 분명히 컸지만, 시중 과일가게나 마트에서 흔히 사 먹는 보통 수박 크기의 딱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커다랗고 묵직한 수박이 아니라 애기 머리통만 한 귀여운 수박을 보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맛이 가장 중요했기에 얼른 집으로 가져와 잘라보았다. 한 입 가득 크게 베어 물어보았지만, 입안에 퍼지는 건 달콤한 수박즙이 아니라 그냥 미지근하고 맹맹한 맹물 맛뿐이었다. 수박을 먹으면서 "달다"라는 느낌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을 정도로, 당도가 제로에 가까운 어처구니없는 맛이었다. 시중에서 사 먹는 설탕 같은 수박에 비하면 이건 과일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3. 달고 빨간 수박 상상했는데, 속은 핑크였다

    처음 모종을 심고 한여름을 기다릴 때 내가 꿈꾸던 모습은 아주 명확했다. 무더운 7~8월에 밭에서 갓 따온 수박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칼로 쩍 하고 가르면  쨍하게 빨갛고 씨가 콕콕 박힌 시원한 수박이었다. 칼을 대기만 해도 신선해서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그런 전형적인 수박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 무지와 게으름을 그대로 반사하듯 엉망진창이었다. 부엌칼을 가져와 수박 중앙에 칼을 넣었는데, '쩍' 하는 수박 특유의 경쾌한 소리는커녕 무나 박을 써는 것처럼 덤덤하게 칼이 들어갔다.

    반으로 완전히 쪼개진 단면을 마주한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했던 진하고 강렬한 붉은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수박의 속 색깔이 붉은빛을 띠기는 했으나, 속이 깊게 익지 못해 거의 분홍색, 아니 핑크색에 가까운 아주 연하고 허연 붉은색이었다. 겉껍질 부근은 흰 부분이 너무 넓었고, 알맹이 자체도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한눈에 봐도 "아, 이건 익다 만 수박이구나", "영양이 없어서 색도 제대로 못 냈구나"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시각적으로도 전혀 식욕이 돋지 않는 분홍빛 수박 단면을 보고 있자니,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기대했던 내 노력이 너무나 허무하게 느껴졌다. 붉은 빛깔도, 달콤한 당도도 없는 맹탕 핑크 수박이 바로 내가 올여름 물만 주며 키워낸 최종 결과물이었다.

    텃밭 수박이 커지모습
    텃밭 수박이 커진모습

     


    4. 수박 포기, 내년엔 참외로

    이번 경험을 통해 과채류 농사, 특히 수박 재배라는 것이 얼마나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며 고급 기술이 필요한 작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냥 땅에 심고 물만 준다고 해서 마트에서 파는 것 같은 품질의 과일이 만들어지는 게 절대 아니었다. 토양의 영양 상태, 적절한 시기의 추비(덧거름),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적심(순 지르기), 과실 받침대 설치까지 수많은 과정과 정성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우리가 먹는 빨갛고 달콤한 수박이 탄생하는 것이었다.

    아무런 지식 없이 무작정 덤벼들었던 나의 수박 도전기는 이렇게 속이 핑크색이고 맛도 없는 맹탕 수박 2개를 얻는 것으로 씁쓸하게 끝이 났다. 수박이라는 작물은 초보 주말농부인 내가 감당하기에는 확실히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힘든 작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미련을 버리고 수박 농사를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년 텃밭에는 수박 대신 참외를 심어볼 생각이다. 비록 이번 수박은 완전히 실패해서 1개는 썩어 버리고 2개는 맹탕으로 끝났지만, 이 실패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으려고 한다.

    내년 참외 농사를 짓기 전에는 미리 인터넷이나 농사 서적을 통해 참외 키우는 방법, 밭에 밑거름 주는 시기와 양, 그리고 순지르기하는 법을 차근차근 공부할 계획이다. 물만 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미리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 내년 여름에는 반드시 노랗고 달콤한 참외를 수확해 볼 생각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으니, 올여름의 핑크빛 맹탕 수박은 내년 참외의 달콤한 결실을 위한 좋은 예방주사였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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