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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참깨 수확 직접 해보니, 혼자 2시간에 6~7키로

퓨처웨이브 2026. 8. 10. 15:1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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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텃밭에 씨를 뿌렸는데 벌써 참깨 수확철이 되었다. 일주일 전엔 파란색이었는데 어느새 노랗게 익어버렸다. 참깨수확을 하면서 밭바닥을 보는데 하얀 깨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있었다. 조금만 눈길을 늦게 돌렸어도 1년 농사지은 깨를 밭에 다 뿌릴 뻔했다. 참깨는 씨방이 열리기 전에 얼른 베어서 말려야 하는데, 이번에 조금 일찍 익은 놈들은 벌써 입을 벌리고 깨를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더운 8월 한여름에 서둘러 참깨 수확 작업을 시작했다.


    1. 참깨 수확, 50미터 5 고랑을 혼자서

    나의 텃밭에 50미터 정도 되는 고랑에 참깨를 5 고랑 심어두었다. 5월 말에 참깨씨를 부려서 싹이 나면 몇 개만 남기고 다 솎아낸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한 싹들이 잘자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뽑아내야 한다.  8월이 되니 영낙없이 참깨 수확 시기가  찾아왔다. 문제는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이 넓은 밭을 혼자서 전부 해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 늦으면 안 되겠어서 작정하고 밭으로 나가 참깨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50미터짜리 5 고랑이라 양이 적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뿌리 부근을 베어내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집 처마 밑으로 옮겨 차곡차곡 세워두는 작업까지 진행했다. 통통하게 영근 알맹이들을 보니 5월 말에 씨를 뿌렸는데 벌써 수확이라니 기특한 녀석들이다. 한낮 더위를 피해 일을 하다 보니 어둠이 내리기 전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했는데, 밭에서 베고 처마 밑에 세워놓는 데까지 딱 2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고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익어가고 있는 참깨
    잘익어가고 있는 참깨

     


    2. 전동가위 vs 낫, 2센치 대가 한 번에

    사실 수확을 시작하기 전 가장 걱정했던 것이 작업 도구였다. 전에는 전부 일반 낫으로 참깨를 베었다. 그런데 제대로 잘 자란 참깨대를 보면 굵기가 굵은 건 지름 2센티까지 나온다. 이런 굵은 대를 낫으로 하나하나 잘라내려면 손목도 아프고 힘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이 땡볕에 낫질을 하다가는 도중에 쓰러지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너무 익은 깨를 낫으로 벨경우 힘을 줘서 잘라야 하기 때문에 그 흔들림으로 깨들이 다 쏟아져 버린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더위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쉽게 수확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동가위를 한번 써보기로 했다. 결과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굵기가 2센티나 되는 단단한 참깨 대도 전동가위 날을 대고 버튼을 누르면 아주 쉽게 한 번에 '싹둑' 하고 잘려나갔다. 참깨씨 떨어지는 것도 덜떨어지고 힘도 훨씬 덜 들고 체력 소모가 적어서 혼자서 2시간 만에 5 고랑을 다 끝낼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다. 참깨농사를 많이 하는 농가는 기계로 수확할 수도 있겠지만 텃밭을 가꾸는 소농은 낫이 유일한 수확방법이었다.


    3. 참깨 수확, 밭에서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참깨농사를 안 해본 사람들은 보통 밭에서 참깨를 한 번 딱 수확해 오면 바로 고소한 참기름을 짤 수 있는 깨끗한 참깨가 나오는 줄 안다. 하지만 막상 참깨 농사를 지어보고 수확을 해보면 뒤에 들어가는 절차가 정말 많다.

    우선 참깨는 수확 타이밍이 생명이다. 참깨 알을 머금고 있는 씨방이 자연적으로 열려서 쏟아져 버리기 전에 밭에서 베어내야 한다. 수확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밭에서 입이 먼저 벌어져서 참깨가 바닥으로 다 쏟아져 버린다. 나 역시 이번에 빨리 익은 녀석들 때문에 바닥에 하얀 깨가 쏟아지는 걸 보고 가슴을 졸였다.소낙비가 내리듯이 참깨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베어낸 참깨는 말리는 과정이 필수다. 참깨가 잘 익으면 잎이 노랗게 시들기 시작하는데, 이때 수확해서 비를 맞지 않는 곳에 2주 정도 잘 세워서 말려줘야 한다. 그렇게 말리다 보면 참깨나무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씨방의 입이 완전히 벌어진다.

    이렇게 바짝 말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참깨를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쏟아져 나온 깨는 이물질 제거작업 후 다시 햇볕에 말려준다. 이작업들이 다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진짜 수확량이 얼마나 나왔는지, 올해 참깨알이 알차고 실하게 영글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는 것부터 말리고 털기까지 참깨는 손이 참 많이 가고 까다로운 작물이다.

    다익어 수확후 건조하고 있는 참깨
    건조하고 있는 참깨


    4. 5고랑에서 소주병 13병

    참깨는 워낙 기후나 환경에 민감하고 손이 많이 가다 보니 수확량이 매년 천차만별이다. 텃밭 50미터 5 고랑 기준으로 올해는 대략 6~7킬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도 딱 그 정도 수확을 했으니 올해도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이렇게 수확한 참깨 6~7킬로를 깨끗이 씻어서 말린 다음 방앗간에 가져가서 기름을 짜면, 우리가 흔히 쓰는 350ml 소주병 기준으로 참기름이 딱 13병 정도 나온다. 참깨에는 해충 노린재가 많아, 아침마다 노린재를 잡거나 쫓아버리는데도 끝없이 다시 찾아와 깨에 부다. 벌레 쫒느라 고생했지만, 처마 밑에 잘 말라가는 참깨들을 보고 있으면 조만간 시골 시장 안에 있는 방앗간에 들려 고소하게 짜여 나올 참기름 13병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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