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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텃밭 고추 후기, 100개 심어서 1년 마트 안 갔다

퓨처웨이브 2026. 8. 9. 12:27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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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텃밭 고추 100개, 1년 내내 먹은 것들

    봄에 시골 텃밭 한구석에 고추 모종 100개를 심어놓고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키워보니 1년 내내 우리 집 식탁을 책임지는 엄청난 보물창고가 되었습니다.

    봄철에는 야들야들하게 올라오는 고추 잎을 따서 짭조름하게 잎나물로 무쳐 먹으며 입맛을 돋웠고, 초여름이 되면서부터는 아삭아삭하고 큼직하게 자란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매 끼니마다 실컷 맛보았습니다. 또한 여름 어린 풋고추를 찜기에 쪄서 맛깔나게 양념을 해서 먹으면 여름 보약이 따로 없습니다. 한여름에는 밭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들 만큼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눈코 뜰 새 없이 수확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따낸 고추는 시원한 여름 열무김치에 갈아 넣어 붉고 칼칼한 국물 맛을 내는 데 썼고, 잘 말린 고춧가루는 겨울철 김장 김치는 물론 일 년 내내 각종 찌개와 볶음 요리에 들어가는 핵심 양념으로 알뜰하게 해결했습니다.

    마트에서 사 오는 고추는 며칠만 지나도 냉장고에서 물러지기 일쑤였는데, 내가 직접 밭에서 건강하게 키워 수확한 고추는 향부터가 달랐고 1년 365일 내내 우리 집 식탁의 풍미를 돋워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붉게 익은 고추
    붉게 익은고추

    2 고추 심기, 모종 사다 꽂으면 끝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종묘상에서 건강해 보이는 고추 모종을 사다가 흙에 구멍 뚫고 쏙 꽂아주기만 하면 알아서 쑥쑥 잘 자라는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텃밭 농사에 뛰어들어 보니 모종을 심기 훨씬 전부터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준비 과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밭을 만들기 전 묵은 흙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거름과 퇴비, 기본 비료를 넉넉히 뿌려두고 며칠간 푹 삭히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 후에는 트랙터로 이랑 만드는 작업(로터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물 빠짐이 좋도록 높직하게 이랑(두둑)을 돋우는 고된 육체노동이 이어졌습니다.

    거기에 여름 가뭄에 흙이 마르는 걸 막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고추에 갈 영양분을 뺏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일이 검정 비닐을 씌워 멀칭 작업까지 마쳐야 비로소 모종을 심을 기본 판이 완성되었습니다. 모종을 심고 나서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모종은 낮에는 땡볕에 타 죽거나 밤에는 냉해를 입기 쉽기 때문에 각별히 관리를 해야 하고 물도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합니다. 

    줄기가 위로만 얇게 자라지 않고 옆으로 튼튼하게 가지를 쳐서 열매를 많이 맺도록 순을 질러주는 적심 작업부터, 바람에 흔들려 줄기가 부러지지 않게 포기마다 지주대를 바짝 세워 끈으로 일일이 묶어주는 과정까지 손길이 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농사는 그저 기다림인 줄 알았던 저의 무지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준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기계가 발달하고 스마트농업도 발전하고 있지만 날씨의 영향은 작물에 많은 영향을 주는 자연의 이치는 피할 수 없는 듯합니다.


    3 한여름 수확, 따고 씻고 말리면 5일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고추 수확과 건조 과정이었습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한낮에는 밭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정성껏 재배한 붉게 잘 익은 고추들을 쪼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따내는 데만 꼬박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고추도 따지만 앞으로 더 수학할 남은 고추들이 잘 자라도록 불필요한 곁가지들을 제거해 줘야 햇볕도 잘 들고 통풍도 잘되게끔 해서 고추과육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줘야 합니다. 밭에서 갓 따온 고추에는 흙먼지와 이물질이 묻어있기 때문에 커다란 고무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몇 번이나 깨끗하게 헹궈내는 세척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세척을 마친 고추는 물기를 싹 뺀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이틀간 1차로 숙성을 시켜주어야 색이 곱고 선명해집니다.

    그 후 다시 고추건조기에 넓게 펼쳐 넣고 적정한 온도를 맞춰 30시간 이상 건조를 시킵니다. 잘 마르고 있는지 온도는 적정하게 잘 맞춰져 건조하고 있는지 앞뒤로 뒤집어가며 말리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건조가 95% 정도 완료되었을 때 모두 꺼내서 열기를 식히고 햇볕과 자연바람에 다시 한번 하루나 이틀정도 말려줍니다. 중간에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릴까 봐 하늘을 계속 살피며 들여놓았다 내놓았다를 반복해야 했고, 이렇게 수확해서 완전히 바짝 말라 고운 고춧가루가 될 준비를 마치기까지 한 번에 꼬박 5일이라는 시간과 공이 들었습니다.


    4 고생해도 내년에 또 하는 이유

    한여름의 폭염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을 일구고, 허리가 휠 정도로 수확해서 말리는 과정은 육체적으로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손쉽게 사 먹는 매끈한 고추보다, 크고 쭉뻗은 매끈한 고추는 아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밭을 갈고 농약을 최소화하여 정성껏 키워낸 고추에는 나의 진솔한 땀방울이 그대로 배어있어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을 줍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가 안심하고 깨끗하게 먹을 먹거리라는 생각이 들기에 그 모든 피로와 고생이 싹 씻겨 내려갑니다. 그래서 나는 이 힘든 과정을 겪고도 내년에 또다시 텃밭에 고추 모종을 심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추가 가을까지 잘 자라줘서 고춧가루의 여유가 생긴다면 김장도 가족잔치로 하고 고추장도 직접 담가서  친척들이나 지인분들과 나눠먹을 생각입니다. “고생하고 힘들지만 시중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나의 땀이 배어 있고 농약을 최소화해서 내가 직접 먹을 거라 생각하며 뿌듯하고 행복한 농부가 되어 내년에도 또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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