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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서울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시는 바람에 시골집을 2년 동안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시골집 꽃밭은 형체를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풀밭으로 전멸해 있었다. 7년 전에 심어두었던 영산홍 50주 중 살아남은 건 겨우 3주뿐이었다. 그 풀숲 사이에서 죽어간 꽃나무들을 보며 허탈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잡초를 뽑아내며 다시 꽃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시골 꽃밭 7년, 내가 계속 심는 이유
시골집 주변에 꽃을 심기 시작한 지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그저 텃밭 한구석에 소소하게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내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해마다 봄만 되면 올해는 어떤 꽃을 어디에 심을지 고민하며 꽃씨나 꽃구근을 사 모으느라 손길이 바빠진다.
지금 우리 집 꽃밭에는 장미부터 시작해서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시는 백일홍, 채송화, 수국, 메리골드 등 대략 40가지가 넘는 꽃들이 계절마다 번갈아가며 피어나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은 처음에 내가 꽃을 심는 걸 보시고 "꽃 가꾸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말씀을 건네시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1년에 꽃밭에 들어가는 돈은 10만 원 안팎이다.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기도 하고, 소소하게 구근이나 모종을 사서 꾸준히 관리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사계절 내내 마당을 화려하게 채울 수 있다. 7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꽃밭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예산이 아니라 매일 들여다보는 지속적인 관심이라는 점이다.
꽃밭이 풀밭으로, 2년 방치의 현실
하지만 7년의 시간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가장 뼈아픈 실패는 7년 전 초창기에 찾아왔다. 당시 의욕 넘치게 시골집 주변에 영산홍 50주를 사다가 정성껏 심었다. 그러나 하필 그 직후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나 역시 어머니 간병과 일상을 병행하느라 시골집을 관리할 여력이 없었고, 결국 시골집은 2년 동안 완전히 방치되었다.
2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시골집 마당은 말 그대로 거대한 풀밭이었다. 칡넝쿨이 장독대를 장악하고 키 큰 잡초들이 마당 전체를 덮고 있었고, 50주나 심었던 영산홍들은 풀숲과의 햇빛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거의 다 말라죽어 있었다. 겨우 3주 정도만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식물도 사람의 손길과 관심이 끊기면 순식간에 자연으로 돌아가 버린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풀밭이 되어버린 마당을 며칠에 걸쳐 낫으로 베어내고 뿌리를 뽑아낸 뒤, 다시 땅을 개간했다. 죽은 영산홍 자리에 새로운 영산홍 모종을 사다 다시 심고, 장미도 추가로 뿌리를 내리게 했다. 여기에 갖가지 꽃씨들을 넉넉하게 뿌려두었더니, 그 이듬해부터는 거짓말처럼 풀밭이었던 마당에 다시 알록달록한 꽃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망가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다시 피어난 꽃 한 송이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텃밭만, 지금은 꽃밭 그늘 감상


우리 어머니는 처음에는 오직 텃밭의 농작물에만 관심이 있으셨다. "먹지도 못하는 꽃을 뭐 하러 저렇게 열심히 심느냐"며 밭에 상추나 고추, 파를 심는 것에만 열중하셨다. 시골 어르신 특유의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꽃밭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조금은 아까워 보이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원 치료를 마치시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오신 뒤, 마당 가득 만개한 갖가지 꽃들을 보시며 어머니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셨다. 알록달록 피어난 백일홍과 채송화, 수국을 보시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고, 지금은 나보다 어머니가 꽃밭을 더 챙기고 좋아하시는 꽃들로 가득 채우신다.
요즘 어머니의 일상 중 가장 큰 즐거움은 텃밭 일을 마치신 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의자를 놓고 앉아 꽃밭을 감상하는 것이다. 땀을 식히며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 어머니에게는 가장 달콤한 휴식이 되었다. 텃밭 농작물이 주는 먹거리의 풍요로움도 크지만, 꽃밭이 주는 갖가지 화려한 색깔 조화의 즐거움과 마음의 여유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을 선사해 주고 있다.
녹색 자연과 꽃색감이 마음을 치유
시골집에 내려와 마당을 거닐 때면, 주변의 녹색 자연과 텃밭의 푸릇푸릇한 농작물, 그리고 그 사이에 어우러진 갖가지 예쁜 색감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속에서 지쳤던 심신이 꽃밭의 다채로운 색감과 자연의 에너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것이다.
꽃을 가꾸는 일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행위를 넘어, 나 자신과 가족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2년이라는 방치 기간 동안 전멸했던 꽃밭을 다시 일궈내면서, 자연은 정성을 들인 만큼 반드시 정직하게 답해준다는 진리를 배웠다. 풀밭으로 변했던 절망의 마당이 이제는 40가지가 넘는 꽃들로 가득 찬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올해도 나는 내년에는 무슨 꽃을 어디에 추가해서 심을지와 내년 봄에도 변함없이 올해 받아놓은 꽃씨를 골라 마당 가장자리에 정성껏 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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