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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잘라보면 담배나방 들어있거나 똥만 싸놓고 나간 것도 있음”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고 무서운 순간은 해충의 습격을 맞닥뜨릴 때다. 300 포기 정도 고추를 심었는데, 잘라보니 속에 담배나방 벌레가 그대로 들어있거나 실컷 속을 파먹고 똥만 싸놓고 나가버린 고추가 수두룩했다. 정상적이라면 한 그루 당 고추 50개는 수확해야 하는데, 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고 골라내다 보니 30개 남짓밖에 건지지 못했다. 결국 300 포기 중에서 멀쩡한 풋고추로 건져낸 것은 겨우 10킬로그램 정도였다.
1. 고추 농사 해충, 담배나방 습격· 담배나방, 파란색에서 갈색으로 색깔 변함
농사를 지으며 가장 힘든 건 날씨보다 해충이다. 그중에서도 담배나방은 가장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이 녀석들은 자라면서 파란색에서 갈색으로 색깔까지 바꿔가며 고추를 공격한다. 이번에 300포기 고추밭을 둘러보니 거의 모든 포기가 벌레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그냥 뒀다간 풋고추도 못 건질 것 같아서 상한 부위를 일일이 확인하며 땄지만 따고 나서 확인해 보니 눈에 안보일만큼 작은 구멍이 난 고추들이 많았다. 시간을 들여 몇 번이나 손으로 골라낸 끝에 풋고추 10킬로그램 남짓을 겨우 건졌다. 자그마한 벌레에게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니 헛웃음이 나왔지만 이제 와서 방제를 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듯하여 포기했다. 평소 절반 수준의 수확량이지만, 남은 풋고추라도 제대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고추 속을 파먹고 똥만 싸놓고 나간 것도
담배나방의 진짜 무서운 점은 고추 겉면이 아니라 속으로 파고들어 파먹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벌레가 속을 파먹어 구멍이 뚫리면, 곰팡이나 병균피해는 물론이고 비가 왔을 때 구멍 속으로 빗물이 들어가 고추가 내부에서 완전히 썩어버린다. 비만오고나면 고추가 썩어 들어가서 이유가 궁금해서 실제로 딴 고추를 하나씩 잘라봤더니 안에 살아있는 담배나방이 들어있는 것도 있었고, 속을 다 파먹은 뒤 똥만 가득 싸놓고 탈출한 고추도 많았다. 고추 하나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파먹고 다른 고추로 이동해서 또 갉아먹는데 이런 고추들은 생으로 먹을 수도 없고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어 손실이 컸다.
3. 풋고추 절임, 간장:식초:설탕:물 1:1:1:1


벌레에게 다 빼앗길순 없어서 상하지 않은 것으로 골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렸다. 이렇게 건진 풋고추 10킬로그램은 생으로 다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주말에 들깻잎 순치기한 것과 함께 간장 절임을 만들어 가을과 겨울 동안 두고 먹기로 결정했다. 고추 따고 벌레 먹은 거 골라내느라 시간이 걸린 거에 비해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양이 워낙 많아서 빈 항아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간장, 식초, 설탕, 물을 내용물 양에 맞춰 1:1:1:1 비율로 섞어 한번 팔팔 끓인 뒤 완전히 식혀준다. 그리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풋고추와 깻잎을 항아리에 넣고 끓여 식힌 간장을 그대로 부어주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절임이 완성된다.
4. 곰팡이 걱정되면 소주 한 병, 어머니 비법
절임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냉장고에 넣을 공간이 없어 시원한 그늘에 보관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을까 걱정한다. 곰팡이가 피지않게 하려면 소금이나 간장을 많이 넣어 짠기를 더해야 상한 걸 방지하는데 안 짜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럴 때는 마트에서 파는 소주 한 병을 부어주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 방법은 어머니에게 배운 비법이다. 어머니는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에서 나오는 양파, 마늘, 마늘종, 참외, 오이 같은 재료들을 버리지 않고 늘 절임으로 만드셨다. 이때 소주를 부어두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짠맛도 적당히 중화시켜 준다.
이번에 만든 깻잎 10킬로그램과 고추 10킬로그램 절임은 형제들과 친지들에게 나눠주고도 겨울 내내 밥상에 올리기에 충분한 양이다. 비록 담배나방 때문에 절반의 수확에 그쳤지만, 어머니의 지혜 덕분에 올겨울 든든한 밑반찬을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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