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부장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기술력만큼이나 엔화 약세라는 강력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흐름을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의 나라가 이렇게 빠르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엔저 효과, 기회인가 진통제인가일본 소부장 관련 기업들의 실적 자료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환율 환산 효과'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였습니다. 도쿄일렉트론(TEL)이나 신에츠 화학 같은 기업들은 달러로 매출을 벌어들이고, 이걸 엔화로 환산하는 순간 대차대조표가 마법처럼 부풀어 오릅니다.여기서 엔저란 일본 엔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낮아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0..
AI 혁명에서 눈에 보이는 반도체 칩 자체의 연산 속도에만 열광하는 현실속에서 저는 한동안 전력 반도체를 '조연'쯤으로 여겼습니다. GPU나 HBM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칩들 뒤에서 묵묵히 전기만 다루는 부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기차 캐즘과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동시에 터지면서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질화갈륨)이라는 이름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파고들수록 이 두 소재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라는 거대한 병목을 푸는 핵심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밴드갭이 넓을수록 무엇이 달라지는가반도체 교과서를 다시 펼쳐보게 된 건 순전히 이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왜 SiC와 GaN이 기존 실리콘을 대체하는가?" 답은 와이드 밴드갭(WBG, Wide Bandgap)이라는 물..
메모리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HBM4 관련 자료를 처음 파고들었을 때 제가 느낀 감각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단순히 빠른 메모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지각변동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으로 이 전쟁에 뛰어들었는지 직접 살펴봤습니다.메모리가 '로직'이 된 이유, 베이스 다이의 진화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구조를 처음 공부할 때, 저는 솔직히 그냥 D램을 높이 쌓아 올린 제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단순한 이해가 HBM4 앞에서는 완전히 틀린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HBM은 구조적으로 D램 칩들을 수직으로 적층 하고, 그 가장 아래에 베이스 다이(Base Die)..
반도체 기판 소재로 플라스틱 말고 유리를 쓴다고 했을 때, 처음엔 "유리가 왜?"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이건 단순한 소재 교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AI 시대가 만들어낸 연산 수요가 플라스틱 기판의 물리적 한계를 이미 넘어버렸고, 지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그 해답을 유리(Glass)에서 찾고 있습니다.플라스틱 기판의 한계, 숫자로 확인했습니다"반도체 기판이 휜다"는 말이 처음엔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실감했습니다. 현재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주로 사용되는 FC-BGA(Flip Chip Ball Grid Array) 기판, 즉 플라스틱 계열의 기판은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고온 환경에서 미세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