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GAA 기술을 양산 적용했습니다. 솔직히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TSMC가 여전히 핀펫을 쓰는데 삼성이 정말 앞서간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새로운 구조가 먼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닌 게 반도체 시장이라, 이 두 회사의 전략 차이가 더욱 눈에 걸렸습니다.핀펫 한계: 왜 GAA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나일반적으로 반도체 미세화는 그냥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물리적 벽에 부딪힙니다. 그 벽의 이름이 바로 핀펫(FinFET) 구조의 한계입니다. 핀펫(FinFET)이란 트랜지스터의 채널을 지느러미(Fin) 모양으로 세워 게이트가 3면에서 감싸도록 만든 구조로, 10나노 이하 ..
엔비디아 칩 수출 규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 정도면 중국 AI는 끝난 거 아닌가?" 생각하신 분 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을 쭉 들여다보니, 미국이 하드웨어를 막으면 막을수록 중국의 소프트웨어 대응은 오히려 거칠어지고 있었습니다. 전선이 칩 공장에서 코드 저장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지금 이 싸움의 핵심입니다.하드웨어 규제만으로는 부족했던 이유제가 처음 이 흐름을 체감한 건 DeepSeek R1 관련 소식을 접했을 때였습니다. 미국이 첨단 GPU 수출을 틀어막았는데, 중국 기업이 오히려 더 적은 연산으로 비슷한 성능을 뽑아냈다는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칩을 못 받으면 그냥 더 영리하게 만들면 된다"는 발상인데, 이게 실제로 통했다는 게 저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40년간 반도체 제조를 손 놓고 있던 나라가 갑자기 2나노 최첨단 공정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좀 무리수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라피더스(Rapidus)의 전략을 뜯어볼수록 단순한 애국주의 프로젝트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시장 논리를 바꾸고 있는 지금, 이 도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지정학이 만든 기회: 라피더스가 노리는 '실리콘 실드'현재 전 세계 최첨단 미세 공정 반도체의 90% 이상은 대만 TSMC 한 곳이 생산하고 있습니다(출처: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전 세계 AI 서버,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시스템의 심장이 사실상 ..
반도체 칩을 더 작게 만드는 것이 곧 더 좋은 칩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믿음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습니다. 최첨단 공정으로 찍어낸 거대한 단일 칩보다, 작게 쪼개서 조립한 칩렛 구조가 더 빠르고 저렴하고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현장에서 속속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알면 알수록 이건 꽤 깊이 있는 공학적 선택이었습니다.수율 혁신 — 쪼갤수록 살아남는 칩이 많아진다반도체를 공부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개념 중 하나가 수율(Yield)입니다. 수율이란 웨이퍼 한 장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칩이 나오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00개를 찍었을 때 쓸 수 있는 게 몇 개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챗GPT 한 번 쓸 때마다 500ml 생수 한 병이 증발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 구조를 들여다보고 나서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수치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집어삼키는 방식기존 데이터센터와 AI 데이터센터는 근본적으로 하는 일이 다릅니다. 일반 서버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주고받는 데 집중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매 순간 복잡한 추론과 학습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H100, B200 같은 고성능 GPU 수만 개가 한 공간 안에서 동시에 돌아갑니다.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최소 2~3배 이상 높습니다. 전력 밀..
메모리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HBM4 관련 자료를 처음 파고들었을 때 제가 느낀 감각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단순히 빠른 메모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지각변동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으로 이 전쟁에 뛰어들었는지 직접 살펴봤습니다.메모리가 '로직'이 된 이유, 베이스 다이의 진화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구조를 처음 공부할 때, 저는 솔직히 그냥 D램을 높이 쌓아 올린 제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단순한 이해가 HBM4 앞에서는 완전히 틀린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HBM은 구조적으로 D램 칩들을 수직으로 적층 하고, 그 가장 아래에 베이스 다이(Base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