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에 1,350조 원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 그냥 '와, 크다'로만 받아들였습니다. 반도체 주식을 들고 있던 입장에서 그게 전부 호재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파고들수록 이 숫자 뒤에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투자 규모가 크다는 것과 그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반도체 슈퍼사이클, 이번엔 진짜일까제가 반도체 업종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개념이 '슈퍼사이클'이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일반적인 업황 반등이 아니라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장기간 높은 수요가 지속되는 국면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이번 사이클의 핵심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혁명에서 눈에 보이는 반도체 칩 자체의 연산 속도에만 열광하는 현실속에서 저는 한동안 전력 반도체를 '조연'쯤으로 여겼습니다. GPU나 HBM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칩들 뒤에서 묵묵히 전기만 다루는 부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기차 캐즘과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동시에 터지면서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질화갈륨)이라는 이름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파고들수록 이 두 소재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라는 거대한 병목을 푸는 핵심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밴드갭이 넓을수록 무엇이 달라지는가반도체 교과서를 다시 펼쳐보게 된 건 순전히 이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왜 SiC와 GaN이 기존 실리콘을 대체하는가?" 답은 와이드 밴드갭(WBG, Wide Bandgap)이라는 물..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한숨 쉰 적 있으신가요? 작은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전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느꼈는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웬만한 중소 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씁니다.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빅테크들이 갑자기 원자력, 그것도 소형 모듈 원전(SMR)에 수조 원을 쏟아붓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려한 탄소중립 선언 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RE100의 덫 — 탄소중립 선언이 낳은 아이러니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는 수년 전부터 RE100을 공개적으로 선언해 왔습니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겨보며, 챗GPT와 대화를 나눌 때 데이터는 어디를 거쳐 이동할까요? 흔히 '클라우드(Cloud)'라는 이름 때문에 데이터가 하늘의 위성을 거쳐 날아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 세계 데이터의 95% 이상은 차갑고 어두운 심해 바닥에 깔린 '해저 광케이블(Submarine Cable)'을 통해 이동합니다.최근 구글(Google)과 메타(Meta)를 필두로 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을 잇는 유라시아 해저 광케이블 노선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통신사들의 영역이었던 해저 인프라 시장에 왜 이 거대 IT 공룡들이 직접 뛰어들어 '인프라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미래에는 해저광케이블..
생성형 AI가 촉발한 거대한 테크 붐 속에서 투자자들은 대개 엔비디아, 빅테크, 혹은 직접적인 AI 소프트웨어 기업에만 시선을 고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화려한 반도체 칩 뒤에는 이 거대한 시스템이 타버리지 않도록 밤낮으로 열을 식혀야 하는 '인프라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앞선 글에서 다루었듯, 폭주하는 전력량과 상상을 초월하는 발열을 잡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바로 '액침냉각(Liquid Immersion Cooling)' 기술입니다.주식 시장과 글로벌 자본은 이미 이 냉각 기술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거대한 자금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기세를 아낀다"는 개념을 넘어, 액침냉각이 만들어내고 있는 천문학적인 시장 규모와 이 기술이 국내외 관련 수혜 기업들의 주가 및 기업 가치(Valua..
인공지능(AI) 혁명이 전 세계 산업 지형을 뒤흔들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더 거대하고 똑똑한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AI 축제의 뒤편에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거대한 난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폭주하는 전력 소모와 상상을 초월하는 '발열' 문제입니다.AI 서버 한 랙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최대 100kW를 넘어섰습니다. 일반 가정집 에어컨 수십 대를 동시에 켜놓은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공랭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말이 더 이상 엔지니어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서버를 통째로 액체에 담가버리는 액침냉각 기술이 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는지 직접 파고들어 봤습..